영국인들의 매운맛 손병호 게임: 공포의 치앙마이 펍크롤링(Pub Crawling) 체험

[동남아 자전거 여행] #14 태국 2024.12.29-30 영국인들의 손병호 게임{Never have I ever) 수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정신을 못 차린다.

영국인들의 매운맛 손병호 게임: 공포의 치앙마이 펍크롤링(Pub Crawling) 체험

2024.12.29

깐짜나부리에 있는 선교사님께 들은 얘기로는, 치앙마이에는 현재 많은 선교사님들이 계시는데 여전히 많은 선교사님들이 치앙마이로 오고 싶어해서 교단 차원에서 그만 가라고 했다고 한다. 여행하면서 느낀 최대의 아이러니이자 미스테리, 살기 좋은 곳에는 항상 선교사님들이 바글거린다. 내 머리 속에 있는 선교의 정의, 선교의 이미지는 살기 힘든 곳, 오지 마을에 있는 사람들에게 찾아가 기독교를 알리는 것이다. 영화 ‘미션’의 이미지. 하지만 실상은 좀 다른 듯 싶다. 전세계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미 태국 치앙마이에 와서 살고 싶어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과 어떤 큰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치앙마이 시내 구경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치앙마이는 휴양지 느낌보다는 예술의 도시 느낌이 강하다. 곳곳에 예쁜 카페와 가게들이 줄지어있다. 문제는 내가 지나치게 성수기에 와서 너무 사람이 많다. 한국인, 중국인, 서양인들이 어딜가나 지나치게 많아서 가격도 많이 비싸고 무엇보다도 여유로운 시골 마음의 느낌이 전부 사라졌다. 항상 이런 식이다. 언제나 오버투어리즘은 그 지역을 망친다.

어제 바에서 만난 한국인 아저씨에게 태국 북부지방은 히피문화가 많이 발달해있다고 들었다. 치앙마이에서 북쪽으로 70km 정도 떨어진 치앙다오라는 마을에는 매년 2월 일주일간 히피 축제를 한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정말로 가고 싶다. 특히나 태국 북서쪽, 미얀마와 국경이 닿는 메홍손 지역은 오토바이 여행자들도 많고 분위기도 남다르다고 한다. 그 쪽으로 가고 싶긴하지만 험한 산악지형에 인구도 많이 없어서 1~2주일 정도 시간을 잡고 큰 마음먹고 가야해서 그 쪽 지역으로 가는 것은 포기.

오늘 밤에 내가 머무는 호스텔에서 Pub Crawling이라는 것을 한다고 한다. 호스텔에 있는 사람들끼리 단체로 툭툭이를 빌려서 5~6군데의 펍을 돌아다니면서 노는 건데 예전에 어떤 미국인이 한번쯤은 해볼만하다고 해서 신청을 했다. 호스트에게 신청할까 물어보니 "The more, the crazier(더 많을수록, 더 미쳐 돌아간다)

저녁 6시 쯤 호스텔 라운지에 내려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다. 대충 물어보니 6명 정도는 같은 무리의 영국인들, 나머지는 5명 정도 되는 서양인들이 같이 있다. 호스텔 직원이 앉으라고 해서 얼떨결에 같이 게임을 하게 되었다.

Kings Cup이라는 영국인들이 하는 술게임인데 일단 나는 한국인끼리라도 이런 류의 모임이나 술게임은 좋아하지 않는다. 거기에 절반은 영국인 친구무리에다 나머지는 서양인. 흐름을 따라가려면 온 신경을 리스닝에 집중해야 한다. 가장 충격적인 게임은 Never have I ever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손병호 게임인데 수위가 가히 상상이상이다. 우리나라 손병호 게임이라 해봤자, “남자친구 있는 사람 접어”, “양말 신은 사람 접어. ”이 정도 수위인데 얘네들은 “LSD와 마리화나를 동시에 해본 사람”, “친구 집에서 쓰리썸을 해본 사람” 이게 기본 맵기다. 계곡에서 물장구 쳐본 경험이 다인 사람이 바다에 빠진 느낌.

나 바로 옆에는 인도인 여자가 한명 앉아있는데 이 사람은 내가 이제껏 본 사람들 중에 가장 히피에 가까운 사람이다. 직접 옷을 만들어입는 채식주의자에 마리화나를 핀다. 베트남 전쟁이 끝이나고 히피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약해졌지만 여전히 세상 곳곳에는 특히 인도와 아시아 지역에는 히피의 후계자들이 많다.

이 친구에게 마리화나는 건강에 해롭지 않냐하니 “No, it’s green”이라고 한다. 동남아에 사는 외국인들 중에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Organic에 친환경적인 것은 무조건 적으로 몸에 해로울 리가 없다는 사상을 가진 사람들, 현대의학을 불신하고 약을 권해도 거부하는 사람들. 이 인도인 여자는 키가 아주 큰 네덜란드 여자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둘이 마리화나를 피러 가는 것이 궁금해서 따라갔다. 마리화나를 하나 말아서 같이 번걸아가면서 피는데 마치 나도 참여자인양 나에게 계속 권한다.(나는 관찰자였다.) 나는 전혀 피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데다가 직업 윤리에 완벽히 반한다.

얘 봐라. 마리화나를 옆에서 태연하게 말고있다.

9시쯤 되니 Pub Crawling에 간다. 따라갔는데 도저히 내가 적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중간에 나와서 혼자 걸어 호스텔로 들어갔다.


2024.12.30

치앙마이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고 1월 1일에 다시 자전거를 탈 계획이다. 치앙마이 시내는 작지만 그래도 크게 몇 가지 구역으로 나뉜다. 처음 치앙마이에 올 때는 이 호스텔에 이틀 머물고 다른 곳에서 이틀 정도 더 머무를 계획으로 호스텔 예약을 이틀만했는데 그게 큰 실수였다. 전세계 여행자들이 새해를 치앙마이에서 나려고 이곳에 모이는 통에 모든 숙박시설이 예약이 꽉차버렸다. 이 호스텔도 예외가 아니다. 연장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이미 매진이다. 그마저 남은 방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 12월 31일-1월 1일 호스텔은 겨우 예매를 했는데 오늘은 잘 곳이 없다. 산으로 가기로 마음억었다. 치앙마이 근처에 도이뿌이 캠핑장이 있는데 알아보니 캠핑장 이용료가 30바트(1300원)이다. 문제는 그곳에 가려면 해발 1600m 산꼭대기로 가야된다는 것이다.

방도 없겠다 간만에 캠핑도 하고 싶겠다, 그 곳으로 가자.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얼마전에 이상이 생겼던 자전거 기어 변속이 또 말썽이다. 앞으로 약 한달간의 일정 중 이 곳이 가장 큰 도시라 여기서 반드시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한다. 라오스로 넘어가서 문제가 심해지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가장 유명한 바이크샵에 갔는데 문을 닫아서 근처에 있는 다른 곳으로가서 고쳤다. 아주 단순한 문제 같아보였는데 케이블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고치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다. (250바트).

자전거를 고치는 곳에서 Claude라는 캐나다인 아저씨를 만났고 이 사람과 스트라바 아이디를 교환했다. (이 아저씨와 베트남에서 다시 만난다. 같은 호텔에서 머물렀다.)

가는 길에 치앙마이 대학교를 둘러보고 치앙마이 약대가 궁금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도 좀 했다. 학교에 사람이 좀 더 많았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그게 좀 아쉽긴하다.

자전거를 고치는 엔지니어들이 너무 섹시하다


대학교 근처에서 밥을 먹고 본격적인 클라이밍 시작이다. 자전거 여행 시작한 이후로 이런 오르막을 본 적이 없다. 다행히 이곳은 며칠 전 치앙마이에 오기 전에 넘었던 산과는 다르게 오르막 자체의 경사는 심하지 않다. 캠핑장 올라오기 전과 그 근처에 절과 관광지들이 많아서 이 곳에 올라오는 툭툭이와 차들이 많아 그걸 고려해 적당한 경사로 도로를 낸 듯 싶다.

세시간 정도를 순전히 오르막만 올랐다. 캠핑장에 사람이 정말 많다. 연말이고 날씨가 캠핑하기에 적당한 날씨라 캠핑을 이토록 많이 하는건가. 외국인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태국 사람인게 좀 신기했다. 태국에 온 이래로 처음 캠핑이다. 아마 태국 북부, 라오스로 올라갈 수록 캠핑할 일이 많을 거 같다.

해발 1,600m 밤에 매우 쌀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