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자전거 세계여행 준비물 및 사용후기

8개월 자전거 세계여행 준비물 및 사용후기

2025년 6월 21일 도착

총 232일
주행거리: 11,837km

경로
뉴질랜드 → ✈️ → 태국 → 라오스 → 태국 → 캄보디아 → 베트남 → ✈️ → 스페인 → 프랑스 → 스위스 → 독일 → 오스트리아 → 이탈리아 → 🚢 → 크로아티아 → 몬테네그로 → 알바니아 → 그리스


자전거: 캐논데일 탑스톤 카본4

자전거를 살 때 까지만 해도 이렇게 여행이 길어질 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여행용 자전거와 그래블 자전거 중, 일상 생활에서도 탈 수 있는 그래블 자전거를 사기로 결심했습니다. 구매 당시에는 카본이 더 가볍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내구성이 약해서 장기 여행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은 몰랐죠. 결과적으로는 잘 한 선택이었습니다. 비행기에,라오스 슬로우보트 지붕에, 버스와 각종 탈 것들에 제 자전거를 실을 때 부서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지만 결국에 안전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휠셋 교체: 스포크 28개 → 스포크 36개 타이어로 교체

유튜버 치키니또님 아프리카 여행 준비 영상을 보면서, 아 나도 교체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바이클리로 가서 교체했습니다. 28개의 스포크에 가해지는 힘이 36개로 분산되니 확실히 안정적입니다. 여행 중에 휠셋이 휜다거나 하는 문제는 전혀 없었습니다.

타이어: 슈발베 마라톤 플러스 700 x 35c

말이 필요없습니다. 최고입니다. 8개월 정도의 기간동안 라오스에서 펑크 딱 한 번 났습니다. 독일에서 만난 웜샤워 호스트 Olaf 씨는 42년전 남미에서 알래스카까지 종주한 분이었는데 이 타이어 개발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개발 당시 장거리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타이어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장단점 피드백을 계속 받아가며 개발한 제품이라고 하네요.
다만 35 사이즈를 산건 실수였습니다. 42 정도만 됐어도 그래블 구간에서 스트레스가 좀 덜 했을 거 같아요. 10,000km 지점 오스트리아에서 뒷 타이어를 한 번 교체했습니다.(쿠팡에서 산 싸구려 머드가드의 폭이 좁아 35사이즈 보다 큰 걸로 교체 못 했습니다.)

짐가방: 오르트립 퀵랙, 오르트립 포크팩2개, 오르트립 그래블팩 2개

실수입니다.

  1. 장거리 자전거 여행자들이 어느 정도 크기의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는지 몰랐고
  2. 더 큰 제품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이 두 제품만 나와서, 이게 그냥 최신 제품이구나 하고 샀습니다. 저는 오르트립 가방이 크기에 따라 종류가 많이 나눠지는게 아니라, 아이폰 15, 아이폰 16와 같은 개념인지 알았습니다. 그래도 가방이 작으니 무게도 덜 나가고, 그 만큼 넣어야 하는 아이템도 강제로 줄일 수 있어서 누구보다 가볍게 라이딩했습니다.

속도계: 가민 엣지 익스플로러2

여행에 딱 알맞습니다. 똑같은 속도계를 달고 다니는 자전거 여행자들도 몇 명 만났습니다. 말썽 없이 잘 작동했습니다.

다음은 자전거를 제외하고 쓴 장비들입니다. 제가 몇 km를 달릴 수 있는지, 제 몸뚱이가 얼마만큼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지에 관한 데이터가 전혀 없었기에 돈을 많이 투자하여 경량화에 올인했습니다. 그리하여 마련한 장비가 다음과 같습니다.

죽음의 오르막

텐트: MSR 허바허바 바이크팩2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만 오래 여행하니까 심실링이 들뜨더군요. 허바허바의 고질병이라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물이새거나 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 텐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서양인들에게 몇번이고 들은 말이 있습니다. "You have a perfect tent." 독일의 한 캠핑장에서는 저 포함 세 명의 자전거 여행자들이 똑같은 텐트를 썼습니다. 근본 of 근본 텐트입니다.

침낭: 꼴로르 에어라이트 400

수치상 컴포트 온도가 -2도라고 나와있지만 뻥스펙인지 제가 추위를 많이 타는건지 8도만 되어도 추웠습니다. 이 놈 때문에 고생을 좀 많이 했습니다. 일단은 발수 성능이 매우 약해보입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습하지 않고 온도도 많이 낮지않아서 쓸만했습니다만 유럽에서 결로가 생기니 온도가 많이 내려가지 않았음에도 너무 추웠습니다. 몇 주동안 추위에 벌벌 떨다보니 써머레스트, 씨투써밋과 같은 근본 브랜드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음에 살 침낭은 무조건 검증된 브랜드, 필드테스트를 수 없이 많이 거친 제품이 될 것입니다.

매트리스: 써머레스트 지라이트솔 자충매트 → 써머레스트 네오에어 엑스라이트 에어매트

지라이트솔(R-value 2.0)을 뉴질랜드, 동남아에서는 잘 썼습니다. 하지만 자전거에 매번 꽉 묶고 다녀서 유럽에서부터는 숨이 다 죽었습니다. 바닥 한기를 전혀 막지 못해서 오들오들 떨다가 큰 맘 먹고 기변했습니다. 네오에어 엑스라이트는 무게도 가볍고 R-value도 높습니다. 하지만 레귤러 사이즈를 사니 크기가 좀 작습니다. 잘 때 팔을 몸통에 딱 붙인 자세가 아니면 자꾸 옆으로 떨어집니다.(매트리스 높이가 꽤 높아서 옆에 팔을 놓는게 아니라 진짜 '떨어집니다.') 만약 다시 산다면 사각형의 맥스 제품을 살 거 같습니다.

라이너: 씨투써밋 써모라이트 리액터 플리스

유럽에서 너무 추워서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아마존에서 주문해서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우체국에서 찾았습니다. 이론상 침낭 안에서 15’C의 온도를 올려줄 수 있다고 하는데 체감상 5-7도 정도 였습니다. 없는 것 보다는 낫지만 청결에 집착하지 않으신다면 이 돈으로 침낭에 더 투자하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옷처럼 입을 수 있습니다

이어폰: 샥즈 오픈런 프로 미니

자전거 여행시에는 에어팟과 같이 귀 전체를 막는 이어폰보다 오픈형인 골전도 이어폰이 안전합니다. 다만 음량이 좀 작습니다. 조용한 자전거 길로 다니면 음악도 잘 들리고 좋습니다만 옆에 차가 몇대만 다녀도 꽤나 시끄럽습니다. 미니 말고 큰 걸로 샀으면 좋을 뻔 했습니다.

거치대: 픽디자인 오토바이용 진동감쇄 거치대

편의성 측면에서 자석으로 된 픽디자인 거치대는 정말 최고입니다. 좀 더 저렴한 자전거용을 사려고 했지만 오토바이용은 진동감쇄 뎀퍼가 있어서 지속적인 진동으로 인한 핸드폰 고장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에어태그

아이폰과 연동되는 위치추적 장치입니다. 자전거 안에 하나, 중요 가방에 하나씩 넣어뒀습니다. 내 아이폰 뿐만 아니라 근처 아이폰과 연동이 되면서 위치추적이 되는 원리입니다.
최근에 업데이트가 됐는지 굉장히 좋은 기능이 생겼더라고요. 계속 저와 같이 붙어있던 에어태그의 위치가 멀리 떨어지면, 근처에 에어태그가 감지되지 않는다고 바로 알림이 옵니다. 이걸로 여러번 제 물건을 되찾았습니다.

수하물이 잘 도착했는지도 확인가능

의자: 헬리녹스 체어제로

최고의 경량 의자입니다. 뉴질랜드에서 방콕으로 넘어가기 직전 어디선가 도난당했습니다. 동남아에서는 캠핑할 일이 많이 없어서 한동안 없이 다니다가 필요성을 느껴서 새로 샀습니다. 많은 자전거 여행자들이 사용하는 의자입니다.

수건: 씨투써밋 에어라이트 타월 S 사이즈

철저하게 수건까지 경량화 시켰습니다. 솔직히 날씨가 춥지만 않으면 수건도 필요 없습니다. 샤워하고 옷 입고 있으면 잘 마릅니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수건이 없으면 샤워 후에 끔찍합니다. 이 수건이 뭔가 잘 마르지 않는 느낌이 드는건 기분 탓일까요?

노트북 파우치: Thule Gauntlet 3.0

13인치 맥북을 여행 중에 들고다니면서 블로그도 쓰고 영화도 봤습니다. 보호 파우치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미는 막지 못하는지, 며칠 개미가 들끓는 흙바닥에 노트북을 보관한 적이 있었는데 개미가 파우치안 노트북 속으로 잔뜩 들어가서 고생깨나 했습니다.

당시의 참담한 심정을 표현해주는 내 인스타그램 스토리

스토브:

쿠팡에서 가볍고 싼 걸로 샀습니다. 중간에 고장나서 다른 걸로 바꿨습니다.

​반합:

역시 가볍고 저렴한 걸로 구매했습니다. 중간에 코팅이 다 벗겨져 독일에서 다른 제품으로 바꿨습니다.

베개: 씨투써밋 에어로필로우 울트라라이트

부피도 작고 가볍고 좋았습니다.

​보조배터리: 앤커 프라임 파워뱅크 대용량 보조배터리 20,000mAh

최고입니다. 정말 오지 중의 오지로 가는게 아니라면 굳이 보조배터리 여러개, 태양열 발전기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을 거 같습니다. 충전 속도가 무지하게 빠릅니다(100w). 방전된 보조배터리를 20,000mAh까지 풀 충전하는데 한시간 조금 더 걸려요. 20,000mAh면 보통 핸드폰 3-4번은 충전할 수 있는 용량입니다. 길가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잠깐 충전해도 핸드폰 배터리 걱정은 필요 없습니다. 단점은 비싸고, 당연히 충전기도 100w 이상의 출력을 낼 수 있는 걸로 가지고 다녀야합니다.

옷:

중요하지만 제가 가장 크게 실수한 부분입니다. 자전거 '여행'인데 실수로 '자전거'에 방점을 너무 크게 두고 말았습니다. NSR에서 자전거용 져지 긴팔, 반팔 한개씩(져지는 도중에 집으로 보냈습니다), 자전거 바지, 자전거 바람막이를 사서 여행을 출발했습니다. 그 외의 옷은 쿠팡에서 산 츄리닝 한벌과 유니클로 경량패딩과 히트텍세트. 자전거를 타는 시간 못지 않고게 자전거를 타지 않는 일상적인 시간도 많다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자전거 여행은 평속이 20키로도 안나오기때문에 쫄쫄이를 입고 타봐야 에너지 절감도 크게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커다란 짐가방 때문에 공기저항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자전거 전용 쫄쫄이를 입든, 일반적인 옷을 입든 속도 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습니다.
그때 그때, 현지에서 날씨에 맞게 저렴한 옷을 사서 입다가 문제가 생기면 버리고 새로 샀습니다. 말하기 정말 부끄럽지만 저는 팬티 한장으로 8개월 생활했습니다. 매일 샤워하면서 빨고 입어서 말렸습니다.
다음번에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된다면 예쁜 등산복을 입고 갈 거 같습니다.

상비약:

일반적인 상비약을 챙겨갔습니다. 특별히 더 가져간 약은 동남아 지역 여행자 설사 경험적 항생제로 많이 쓰는 Azithromycin을 가져갔습니다. 상비약에 대해선 다른 글에서 다뤄야 할 거 같네요.​

정수필터:

처음에는 쓸 일이 있을까하는 긴가민가한 마음에 작고 저렴한 휴대용 정수필터를 가져갔습니다. 요오드수지와 카본필터가 내장되어있어 세균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까지 99.9% 박멸한다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습니다. 추후에 산 MSR 트레일샷이나 그레일 울트라프레스 정수기 제품(이 제품에 비해서 3~5배 비쌉니다.)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관에 의한 검증을 받은 제품인데 이 제품은 어떤 인증을 받았는지가 모호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써야겠지만 믿을 수 없는 제품에 제 건강을 맡길 순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데카트론에서 구매한 MSR 트레일샷
트레일샷이 바이러스를 여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발칸반도로 넘어가기 전 이탈리아 아마존 택배로 구매한 그레일 울트라프레스 500ml입니다.

이 세 제품에 대해서는 다른 리뷰에서 상세히 다뤄볼까합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MSR 트레일샷은 흐르는 상류 부근의 물을 안전하게 마실 수 있고 그레일 울트라프레스는 녹조만 없으면 자연에 있는 물을 거의 다 마실 수 있습니다.(첫 번째 제품, 휴대용 정수필터는 신뢰 불가입니다.)

발칸반도에서 이 제품들을 꽤나 유용하게 썼습니다. 트레일샷은 주로 호수 물로 샤워하는 용도, 그레일로는 온갖 곳에 있는 물을 떠다먹는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한번도 배앓이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스의 어느 호수입니다. 흐르지 않는 호수의 물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습니다.

자전거 자물쇠:

간단하게 잠글 수 있는 잠금장치 + 뇌울림 도난방지 알람
자전거에 움직임이 감지되면 매우 큰 소리를 냅니다. 덕분에 맘 편하게 유럽에서 장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고프로, 가민 바리아(이건 확실한 돈낭비였습니다.)도 들고 갔지만 필요 없어서 집으로 보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름난 브랜드에서 나온 캠핑 장비는 이름 값을 했습니다. 반면에 대충 산 국산이나 중국산 저렴이 제품은 여행 중 모두 한 번 이상씩 문제가 생겼습니다.

경로는 주로 Komoot을 이용해서 짰습니다만, 동남아에서는 Komoot보다는 구글맵 이용하는게 훨씬 나았습니다. Komoot은 차량통행이 적은 시골길로 우회해서 안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곳에선 지도에 있는 길이 실제로 없는 길인 경우도 많고 메인도로가 아닌 경우에는 도로 상태가 매우 열악한 곳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태국은 메인도로를 벗어나 시골로 들어가면 사나운 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트라바 지도는 히트맵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많이 다닌 경로는 파란색 선이 진해져서 참고 할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