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한 물결 속의 생명력: 라오스 슬로우보트에 자전거를 싣다

[동남아 자전거 여행] # 19 라오스 2025.01.06-07 훼이싸이(Houayxay)에서 팍벵(Pak Beng)을 거쳐서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으로 가는 슬로우보트에서 보낸 이틀. 그곳에서 마주한 라오스 현지인들의 날것의 모습.

탁한 물결 속의 생명력: 라오스 슬로우보트에 자전거를 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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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6

라오스 여행의 경로를 어떻게 설정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다.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루앙프라방에 들어갈 수 있는데 첫 째, 훼이싸이에서 자전거를 타고 북쪽으로 크게 돌아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경우. 이 경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포장상태가 엉망(일부 구간엔 진흙이나 개울도 자전거로 건너야 될 듯)인 라오스의 산지를 가야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라오스의 멋진 풍경을 보고, 북부 산악지대에 사는 소수민족들을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훼이싸이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이틀이 걸리는 슬로우보트를 타는 방법. 이 방법이 대다수의 자전거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방법인데 이 루트를 선택하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다음과 같이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자전거 여행자들은 아름다운 풍경과 로컬 주민들의 사는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것을 좋아한다. 슬로우보트는 체력을 아끼면서 이 두가지의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20km 남짓의 속도에 메콩강 물줄기를 따라서 나아가는데 가는 동안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이거니와 강 유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체력문제, 숙소문제, 중간 보급 문제에서 숱한 난항이 예상되는 라오스 북부가 아니더라도 여기서도 그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자전거 여행자들이 슬로우보트를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보트 티켓을 사기 직전까지 육로로 갈까 고민을 했었다. 여행의 경로 설정이 거개가 이런 식이다. 아이러니하지만 결정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결정에 앞서는 경우가 이상하리만치 많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에콰도르 아저씨와 함께 보트 선착장으로 갔다. 가격은 자전거 포함 550,000낍(36,800원)이고 자전거는 지붕 위에 싣는다. 이틀 내리 보트를 타는 것은 아니고 오후 5시 쯤, 중간에 있는 팍벵이라는 마을에 내려서 하루 자고 가야한다. 아침 9시 출발이라고 들었는데 10시 반이 다 되어서 출발을 했다. 최대한 사람을 가득 채워가려고 계속 기다리는 모양새인 듯 하다. 수백명은 탑승한 거 같은데 동양인은 나와 어떤 젊은 중국말을 쓰는 젊은 커플 두명이 다 인 거 같았다. 여행을 가려면 몇 박 며칠의 짧은 휴가밖에 낼 수 없는 동아시아권 나라 사람들은 이동 시간에만 이틀을 허비해야하는 이런 방식의 교통수단을 선택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든 법이다. 반면 배낭여행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고 일년에 몇 달씩 휴가를 낼 수 있는 유럽식 기업문화 때문에 유럽인들은 온갖 희귀한 여행지에 전부 출몰한다.

바깥 풍경이 꽤나 아름다웠다. 비가 많이 와서 토양이 많이 섞여들어간 동남아시아 지역의 강은 항상 탁한 갈색이다. 처음에는 더러워보일 수 있는데 익숙해지니 꽤나 이국적이고 멋들어져보이기까지 한다. 라오스는 1인당 GDP가 우리나라의 약 1/18 수준의 UN 지정 최빈국(the least developed country)에 속하는 나라, 우리나라 1960년대 후반, 1970년대 초반의 시골 느낌이랑 비슷하다고 한다. 메콩강의 탁한 물이 사람들이 샤워도 하고 가축의 물을 먹이고 빨래도 한다. 이 물은 때론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라오스의 젖줄기인 셈이다. 아 참고로 메콩강에는 악어도 산다고 한다.


한참을 달려 오후 5시 쯤 팍벵이란 마을에 도착했다. 나중에도 여러번 느꼈지만 라오스 사람들은 선착장을 일부러 교묘한 위치에 만들어 놓는 거 같았다. 시내랑 약간 떨어진 곳에 지어서 툭툭이를 타고 이동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위치 말이다. 유튜브 영상을 보니 시외버스정류장도 그런 위치인 듯 했다. 그저께 치앙콩으로 오는 길에 웬 부부 자전거 여행자가 특이한 구조의 자전거를 타고 앞 좌석에는 꼬마 아이들을 둘 태우고 달리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여행자들을 여기서 만났다. 한국에도 갔다왔다고 하고 총 6개월 동안 이 어린 아이들을 태우고 자전거 여행을 하는 프랑스 부부이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내 마음 속에 불안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라오스 사람들은 태국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태국은 관광대국이고 겉모습과 속마음이 다르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건 관광객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일인데 이 덕분에 태국사람들은 항상 웃고 친절하다. 식당을 가도 슈퍼를 가도 항상 대접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라오스 사람들은 조금 다르다. 태국에 있다가 여기 오니 사람들이 조금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 웃지 않고 때때로 우리를 성가셔하는 느낌마저 받았다. 숙소 값은 아주 저렴해서 거의 10,000원 이하로 잘 수 있는데(태국의 2/3 혹은 반 값 수준) 음식 값은 태국과 비슷하다. 그러면서 메뉴는 단촐하고 맛은 태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이 도시는 슬로우보트를 타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묵어야하는 동네라서 동네 슈퍼 물가가 한국 마트 물가를 방불케할만큼 비쌌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지. 오늘도 그 아저씨와 같은 숙소에서 묵었다.(인당 6,500원)

아저씨는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다지 대화다운 대화를 별로 나누지는 못했다. 어른스러움의 많은 부분이 쓰는 어휘와 말투에서 나온다. 아저씨가 쓰는 영어 단어는 지나치게 간단하고 나이가 30살 이상 차이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많다는 인상을 별로 받지 못했다. 좋은 걸 죄다 good 이라고 하고 동의의 표현은 모두 okay라고 뭉게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영어실력은 그 말을 구사하는 사람을 아이처럼 보이게 만든다.


2025.01.07

아침에 일어나 근처 로컬시장으로 갔다. 에콰도르 아저씨는 저렴하게 여행을 오래해서 그런지 로컬 냄새를 기가막히게 잘 맡는다. 거기서 간단한 돼지고기 꼬지를 샀는데 1,800원 정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는게 라오스의 서민들은 한달 월급이 20만원 정도라는데 로컬 시장 꼬지 가격이 이 모양이라는게 믿기지 않아서 계속 되물었다. 내 옆에 이 라오스사람들한테는 600원 받고 나한테만 1,800원 받는거 아니냐면서. 근데 끝까지 아니라니까 믿어야지 별 수 있나. 이후의 라오스 여행 내내 이런 식이었다. 시골 식당에는 절대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고 가격을 물으면 눈치를 한번 슥 보고 대답을 한다. 대개 2,000~3,000원 정도의 가격인데 이 나라 소득수준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되는 가격들을 너무 많이 경험을 했다.(그러면서 친절하지도 않다.) 숙소 물가는 싼데 음식 물가는 태국과 비슷하다. 참고로 라오스와 태국의 1인당 GDP는 3배 차이가 난다.

9시까지 느긋하게 선착장으로 가니까 벌써 사람들이 꽉 차있다. 우리가 거의 마지막으로 온 듯했다. 자전거를 지붕 위에 다시 올리고 자리를 잡고 출발을 했다. 에콰도르 아저씨는 표를 잃어버려서 거기서 다시 표를 샀다. 어제는 분명히 표검사를 안했는데, 라오스는 참 교묘하게 돈을 버는구나 싶었다. 중간 중간에 작은 마을에 보트가 수시로 선다. 거기서 쌀 같은 짐을 싣기도 하고 현지인들이 탔다가 내리기도 한다. 도무지 시스템을 종잡을 수 없다.


오후 다섯시 무렵에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 과거 라오왕국의 수도였던 이 도시는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새벽이면 승려들의 긴 탁발행렬을 볼 수 있는 도시로 유명하다. 2019년에 친구들과 함께 라오스 여행을 와서 볼만한 건 다 봤기에 라오스 관광에는 큰 미련이 없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루앙프라방에 선착장이 여러군데 있는데 개중에는 시내와 바로 근접한 선착장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이 보트는 시내와 한참을 떨어진 곳에 정박했다. 자전거 여행자들을 제외하면 전부 툭툭이를 타고 루앙프라방 시내로 들어간다. 그 아저씨와 나는 함께 시내 야시장으로 가서 밥을 먹었다.

이 근처에는 호스텔이 많은데 그 아저씨는 가장 저렴한 호스텔, 나는 그것보다는 약간 더 좋은 호스텔에 묵기로 해서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라오스의 영혼, 루앙프라방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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