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입국: 범죄 소굴의 공포를 넘어 미소의 땅으로

[동남아 자전거 여행] #32 캄보디아 2025.02.03 태국 이싼 지방에서 오스마치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 진입!

캄보디아 입국: 범죄 소굴의 공포를 넘어 미소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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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3

오늘은 진짜 출발이다. 아주머니가 나를 캄보디아 안까지 데려다 주신다고 한다.(왕복 100km 이상). 캄보디아, 라오스 같은 후진국 국경에는 범죄와 스캠 천지여서 혼자 가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하하는데 친히 이렇게 도와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아침을 먹고 함께 사진을 찍고 출발.

가는 길에 뭐가 망고나무고 뭐가 뭐고 식의 설명을 아주머니에게 들으면서 30km를 달려 국경 도착. 원래 캄보디아 도착비자는 30달러인데, 이는 1,000바트가 조금 넘는 돈이다. 하지만 역시나 1,400바트를 부른다. 비리. 비리. 비리. Corruption! 심지어 자기들은 달러도 안받겠다고 한다.

건너갈 때는 한 네덜란드 여자 여행자가 있었는데 얼마나 여행했냐고 물으니까 10년 넘게 여행했다고 한다.

어쨌든 여기서 개기다가는 도장을 못 받고 입국 조차 안될 수가 있다. 유튜브에 “캄보디아 여행”, “캄보디아”와 같은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범죄 이야기가 가득하다. 캄보디아는 시엠립에 있는 앙코르와트 빼고는 크게 볼 것이 없어서 여행지로는 그닥 추천 되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다가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이 쪽 국경지역에서 최근 납치 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온 해안가 지역은 젊은 선진국 아시아 인들을 납치해서 감금하고 고문해서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 사기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 같았다.

왓츠앱에 “Cycling South East Asia”라는, 자전거로 동남아 여행하는 사람 수백명이 들어와있는 단톡방이 있다. 며칠 전 캄보디아 입국이 조금 두려워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누군가의 대답
“위험하다고? 너 베트남과 태국 사이에 그 캄보디아 말하는 거 맞아? 내가 본 건 미소 뿐이야.”라고 대답해줬다.

다행히 무사 입국해서 환전을 하고 유심을 갈아 끼웠다. 국경 지방 사람들은 태국어도 조금 할 수 있고, 같이 와 준 아주머니도 크메르어를 조금 해서 수월하게 일이 진행됐다. 아주머니와는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내가 캄보디아에 대해 아는 것은 앙코르와트 하나 뿐이었다. 정말로 딱 그거 하나.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은 원래 아무런 관계도 없고 관심이 없는 역사나 언어에 대해선 공부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오늘 자전거를 타면서 캄보디아 역사에 대해 유튜브로 몇 시간을 들었는데 아주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닉네임 폴포트, 극단적인 공산주의자,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캄보디아를 통치하면서 인구의 거의 1/4인 200만명 가까이를 학살한 희대의 미친놈. 캄보디아 나라 자체의 힘이 약해서 그렇지 사실 아돌프 히틀러보다 더 정신나간 인물임에 틀림없다.

이 놈이 죽인 인물은 공무원, 지식인, 의사를 포함한 전문직, 심지어 글을 읽을 줄 알거나 안경을 낀 사람, 피부가 농사로 까맣게 그을리지 않은 사람도 전부 죽였다. 한마디로 나는 이놈의 척결 대상 1순위 인물. 아마 캄보디아로 들어올 때 까지는 이만큼 마음에 와닿지 않았을텐데, 나에게 오늘 크메르어로 돈 세는 법을 가르쳐 준 아저씨, 오토바이에 아기를 두명 안고 가며 나에게 미소 지어준 안경 낀 젊은 엄마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등꼴이 오싹해진다. 레비나스가 말하는 타자는 얼굴을 통해, 도덕적 의무감으로서 나에게 다가오는 존재이다. 레비나스의 ‘얼굴’이라는 개념은 이해하기 상당히 어려운 철학 개념인데 이것이 어떤 느낌인지 오늘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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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word of the face is the 'Thou shalt not kill.' It is an order. There is a commandment in the appearance of the face, as if a master spoke to me."
— Emmanuel Levinas, Ethics and Infinity (1982)

"얼굴의 첫 번째 말은 '살인하지 말라'이다. 그것은 명령이다. 얼굴의 현현 안에는 명령이 있다, 마치 주인이 나에게 말을 건네듯."
— 에마뉘엘 레비나스, 《윤리와 무한》 (1982)

캄보디아는 이 만큼 못사는 나라가 아니었는데 이 같은 일련의 대학살 때문에 국가 수준이 처참하게 떨어져 아직도 회복을 못하고 있단다. 어떻게 하나의 사상의 경도된 인간이 나라 전체를 말아먹을 수 있는지.

어쨌든 오늘은 국경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 숙소에 도착했다. 캄보디아는 달러와 리엘을 동시에 사용하는데 요즘 달러 환율이 너무 올라서 물가가 너무 비싸게 느껴진다. 음식 값은 태국보다 비싸고 숙소 비용은 태국과 비슷하다. 1인당 GDP는 태국의 1/4에서 1/5 수준인데 태국보다 돈을 더 내야하는게 기분이 은근 나쁘다. 라오스는 적어도 숙소비는 태국의 반값이었는데 여기는 숙소비도 태국보다 비싸다.

캄보디아의 맥주. 뚜껑에 '한캔더!'가 걸릴 확률이 체감상 5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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