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빗자루 소리와 향 냄새: 태국의 작은 절에서 템플 스테이
[동남아 자전거 여행] #25 태국 2025.01.15-17 우돈타니에서 보낸 3일. 연꽃 호수 투어. 콘캔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절에서 텐트치고 자기.
2025.01.15-16
오늘은 쉬면서 우돈타니 시내를 좀 둘러볼 계획이다. 아침을 해결하고 작은 가방에 노트북, 충전기 등을 담고 걸어서 주변을 좀 둘러봤다. 솔직히 태국 도시라는게 방콕, 치앙마이, 파타야 같은 특징적인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대게 비슷비슷하다. 그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 않은가.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이곳 저곳을 구경하면서 돌다가 캠핑 의자가 있는 카페를 하나 발견했다. 나는 캠핑의자의 폭 감기는 느낌이 좋아서 그 위에 노트북을 얹고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자전거 체인이 너무 더러워서 청소했다. 구글에 리뷰도 남겼다 ㅋㅋ
밀린 블로그를 쓰니 그 곳에서 5시간이나 있었다. 의자만 잘 맞으면 나는 한번도 일어나지 않고 몇 시간 동안 내리 앉아있을 수 있는데, 이는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의 장점이다. 독서실 책상에 엎드려서 8시간을 넘게 잔 적도 있는데, 요통도 없이 아주 개운하게 일어났었다.
뉴질랜드 마지막날 10만원 넘게 주고 산 경량 캠핑의자를 잃어버렸다. 동남아에서는 캠핑할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좋아’라고 생각했는데, 그 의자가 최적의 작업용 의자라는 사실은 잊어버린채 마냥 좋아했었다. 그 의자를 다시 사기 위해서 앞으로 모든 캠핑용품점을 방문할 생각이다.
정신없이 카페에서 시간을 떼우고 호스텔로 돌아가 짐을 풀어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어제와 똑같은 장소, 비슷한 메뉴. 나는 대체로 일상이 루틴화되는 것을 선호하는데 어째서 여행을 아무 문제 없이 하고있는지는 의문이다.
그 다음 날 우돈타니에 하루 더 묵기로 결정했다. 35km 정도를 가면(왕복 70km) 근사한 연꽃 호수가 나오는데 구경을 하러 갔다. 비싼 돈을 내고 보트를 타야지 연꽃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 나는 그냥 멀리서 구경하는데 만족했다. 점심 때 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똑같은 카페를 방문하고 똑같은 장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이트 마켓이라 메뉴가 다양하다. 한달은 똑같은 루틴으로 살 수 있을 거 같다.



태국은 맛있는게 너무 많아서 미칠 노릇이다.


신발을 고치고 연꽃 구경
2025.01.17
우돈타니에서 120km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콘캔이라는 큰 도시가 나온다. 사실 하루만에 내려갈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콘캔에는 호스텔이 없다. 즉 비싼 돈을 주고 숙소에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늘은 80km 정도 내려가면 있는 작은 마을에서 잘 곳을 구하기로 한다.
저예산 자전거 여행자들은 숙박비에서 돈을 극단적으로 아낀다. 사실 먹는거는 다 거기서 거기라 여기서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찾아보면 많은 여행자들이 사원, 소방서 옆, 경찰서 옆, 마을 회관에서 잠을 잔다고 한다. 오늘 나도 캠핑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 근방에 있는 경찰서와 사원 몇개를 알아보고 출발했다.


아이러니하게 너무 부지런한게 문제다. 시간에 쫓기는 것을 싫어해서 항상 여유시간을 크게 두고 일찍 출발을 하는데 이러니 항상 해가 지기 한참 전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오후 두시에 어딘가에 여기서 자도 되냐고 부탁하기란 상당히 민망한 법이다. 적당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까무잡잡하게 탄 모양새로, 배고픈 거지 꼴을 하고 부탁하는게 예쁜 그림이다. 오늘은 그래서 최대한 미적거리다 느직하게 오전 10시가 돼서 출발했다.(사실 이것도 이른 시간이다.)

예정된 마을 어귀 세븐일레븐에서 오늘 저녁에 먹을 음식을 좀 사고 구글지도에서 미리 본 사원으로 들어갔다. 꽤나 마을 깊숙이 들어갔다. 큰 도로 옆에 사원은 부탁해도 잘 들어주지 않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도착하니 오후 4시 정도. 처음 마주친 스님에게 하루 자도 되냐고 물으니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혹시나 싶어 두 번째 스님에게 물어보니 대장 스님(?)에게 물어보라고 하고 그 위치를 알려주신다. 대장스님처럼 보이는 분에게 물으니 도저히 말이 안통한다. 분명 번역기를 통해서 태국어로 물었는데, 대답은 안하고 동문서답을 하신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으니 아까 두번째 스님이 그냥 여기 텐트를 치라고 하셨다.
적당한 위치에 텐트를 쳤다. 호기심 많은 깜둥이 개가 자꾸 알짱거린다. 이 놈이 발톱을 세우고 텐트를 긁으면 어떡하지하는 마음에 노심초사 했다. 자꾸 주변을 맴돌아 겁을 약간 주니 그 다음부턴 오지 않는다. 살면서 처음 템플 스테이를 해보는데 태국 사원 특유의 향 냄새, 스님의 빗자루 소리가 어우러져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무심한 태도가 오히려 좋았다.
앞으로 종종 템플 스테이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캠핑 의자만 구입하면 금상첨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