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이 주는 평화: 태국 국경을 넘자마자 마주한 문명의 안도감
[동남아 자전거 여행] #24 라오스 2025.01.14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서 태국의 농카이로 국경 넘기. 역시나 국경엔 비리는 있다. 그러곤 우돈타니로 향한다.
2025.01.14
다음주 화요일, 그러니까 1월 21일에 친구 종학이가 태국 치앙마이에 놀러오기로 했다. 내 원래 계획은 비엔티엔에서 라오스 국경으로 메콩강을 따라서 캄보디아까지 내려가는 것이었다. 21일에 치앙마이로 가려면 어딘가 자전거를 맡겨놓고 버스를 타고 치앙마이로 가야한다.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
- 비엔티엔에서 태국으로 넘어가 우돈타니를 거쳐서 콘캔이라는 도시에서 버스를 타고 치앙마이 가기.
- 원래 계획을 따라서 라오스 국경으로 내려가다가 Thakket이란 라오스 도시에서 태국나콘파놈으로 국경을 건너가서 거기서 버스를 탄다. (1의 방법보다 치앙마이와의 거리가 더 멀다.)
태국으로 건너 태국 국경 도로를 따라 ‘난’이란 산악지방으로 들어가서 치앙마이와 더 가까워지는 방법도 있었는데 이 경로는 버스를 탈 수 있는 대도시와 거리가 멀어져서 포기. 아침 6시 반에 일어났는데 9시가 다 되도록 결정을 못했다. 1번 경로는 너무 쉽고, 2번 경로는 딱 적당한데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면 만에 하나 치앙마이로 못 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래, 마음을 먹고 국경을 건너기로 했다.
국경에서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주는 직원이 만낍(650원)을 요구한다. 이 정도 부패는 예상하고 있었다. 치앙콩에서 훼이싸이로 들어올 때 버스를 타고 우정의 다리를 건너야했으므로 여기도 당연히 그런줄 알고 자전거 포함 버스 티켓을 5천원 넘게 주고 샀다. 하지만 웬걸, 나중에 알고보니 그냥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 있었다. 오래 여행을 하다보면 그 나라 물가에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하루 밤 숙소비가 만원을 넘지 않는 이 나라에서 5천원을 뺏기니 속이 너무 쓰렸다.(밥 값이 3,000원이 넘어가도 망설여진다.)

태국으로 들어오니 새삼 태국이 발전한 곳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작은 골목 구석구석까지 도로 포장이 잘 되어있고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도 많다. 태국은 세븐일레븐이 편의점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길을 가다가 세븐일레븐을 보면 이렇게나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없는게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다 판다.
태국 도로의 큰 장점. 바로 넓은 갓길이다. 이게 몇몇 국도만 그런지 알았는데 내가 다닌 길 전부가 이렇다. 태국은 물건을 줄 때도 항상 봉투에 담아준다. 어떨 때는 바구니에 넣고 그 바구니를 또 봉투에 담아줄 때도 있다. 사소한 것을 하나 줄 때도 모두 접시에 올려놓고 상대방에게 건넨다. 환경오염의 관점에서 보면 당장 없애야할 악습이지만 내가 느끼기로는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서 이런 관습이 쉽사리 사라질 거 같지는 않다. 넓은 갓길, 쟁반, 봉투 이러한 넓은 ‘여유 공간’이 태국인의 문화와 관습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때론 지나친 극단주의자들이나 교조주의자들은 사회적 맥락에 대한 고려없이 자기들만의 논리를 내세워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무언가를 강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는 당연히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농카이란 태국 국경 마을로 건너와서 밥을 먹고 와일드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을 좀 찾아봤다. 어차피 종학이가 오기 전까지 비는 시간이 며칠 있어서 시간은 많다. 아이오버랜더에 표시된 캠핑 가능 구역에 갔는데, 카페 주차장이 있는 자리라 캠핑 하기는 많이 힘들어보였다. 국경 마을은 숙소비가 비싸다. 방황하다 60-70km 정도 남쪽으로 떨어진 우돈타니라는 태국 이싼지역에서는 꽤나 큰 도시를 가기로 했다. 아주 작은 마을의 숙소는 대체로 싼 편이다. 큰 도시는 호스텔이 흔하게 있어서 싼 값에 숙소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항상 애매한 규모의 호스텔이 없는 도시이다. 이런 곳에서는 캠핑할 수 있는 곳도 찾기 힘들고 숙소비마저 비싸다.
우돈타니 호스텔에 이틀치를 예약했다. 저녁 무렵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근처에 있는 큰 백화점을 지나 나이트 시장에서 밥을 해결했다. 호스텔이 별로 인기가 없는지 큰 방을 나 혼자 썼다. 큰 도로와 인접해있어 새벽에 차 소리, 오토바이 소리가 엄청 시끄럽게 들리는데 왜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지 알거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