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을 걸고 쫓아오는 아이들: 자전거 여행자들이 누리는 축복(?)

[동남아 자전거 여행] #20 라오스 2025.01.08 루앙프라방에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거기에는 천사같은 아이들과 현지인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들.

사활을 걸고 쫓아오는 아이들: 자전거 여행자들이 누리는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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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8

새벽 스님들의 탁발행렬을 보려고 아침 6:30분에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이미 끝났다고 한다. 6년 전에도 못봤는데 이번에도 놓치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에 문을 연 식당으로 가서 밥과 커피를 먹으며 일정을 잠깐 생각했다. 하루 쉴까, 오늘 출발할까. 여기서 혼자 하루 쉰다고 특별히 재밌을거 같지도 않고 자전거도 타고 싶고 하는 마음에 숙소로 돌아가 출발 준비를 했다. 라오스의 시골 수준은 내 인식 너머에 있다. 나는 1960-70년대 우리나라 시골을 겪어보지 않았기에 중간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음식은 어디서 사먹을지, 그런게 가늠이 되지않았다. 그래도 구글 지도로 숙소는 찾아놓고 출발을 했다.

태국에서 라오스로 들어오자마자 느낀 점이 있는데 바로 공기의 색깔이다. 도로 포장율은 낮아서 흙길이 많은데 중국에서 들어오는 트럭은 많아서 항상 모래바람을 일으킨다. 나라 전체가 뿌옇고 탁해서 공기 질이 무척이나 안좋다. 일단 라오스 여행에서 첫번째로 설정한 루트는 루앙프라방-방비엥-비엔티엔(수도)로 가는 루트. 비엔티엔은 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이 곳에서 태국으로 다시 넘어갈지 라오스에서 계속 여행할 지는 그 때가서 결정하면 될 일이다.

루앙프라방 도심지를 벗어남과 동시에 시골이 시작됐다. 그래도 라오스에서는 꽤 큰 도시라고 불리는 여행지 루앙프라방에서 5km도 채 떨어지지 않았는데 분위기가 바뀐다. 도로 상태부터 말하자면, 도로 포장이 되어있는 구간과 되어있지 않은 구간이 번갈아가며 나오는데 포장이 되어있다해도 군데 군데 도로가 파여있다. 부주의하게 속도를 내다가는 사고가 날 수 있다. 거기에 앞전에 언급한 그 중국 트럭들이 무지하게 많이 다니는데 도로상태가 좋지 않으니 평지와 내리막에서는 자전거보다도 느리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소설 첫 부분에 등장하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라오스 시골의 대한 나의 인상은 “시골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도시는 제마다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 나는 시골 출신이다. 읍 지역 ‘리’ 단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라오스 시골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내 어린 시절 우리 마을에서 가장 후미진 부분이 마을 전역에 있다고 생각하면 됐다.

시골이라 온 동네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라오스 시골마을을 지나가는 사람은 오토바이 여행자와 자전거 여행자가 거의 다 일텐데, 오토바이 여행자는 헬멧을 쓰고 빠르게 지나가기에, 말하자면 휴먼스케일의 여행자가 아니다. 자전거 여행자는 동네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로, 복면을 쓰지 않는 이상 얼굴을 드러내놓고 다니는데, 내 추측상 여기 사는 사람들, 아이들이 실제로 만나는 여행자는 자전거 여행자 뿐일 것이다.

라오스는 출산율이 2.6명이 넘어가기에 온 나라에 아이들이 많다. 이것이 태국과 라오스의 가장 큰 차이. 하루에도 수백번 온 동네의 아이들과 인사해야한다. 오늘 웬 초등학생 무리의 아이들과 마주했는데 사활을 걸고 나를 쫓아오는 통에 도망치듯 아이들 무리를 빠져나왔다. 만약 내가 어린 시절, 그러니까 동네에 소독차가 오면 기를 쓰고 쫓아다녔던 그 시절, 우리 마을에 해외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가 왔다면 우리는 몇키로고 그 자전거를 쫓아갔을 지도 모른다.

라오스는 개들이 아주 얌전한데반해 아이들이 태국 개들의 역할을 하고 있다. 모두가 이런 것은 아니다. 많은 아이들은 그냥 손을 흔들기도 하고 'Hi'라고 외치기도 한다. 가끔씩 멀뚱 멀뚱 바라보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아이들이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그 나라에 살면서 사람들을 돌보는데 그 사람들을 그 땅에 눌러앉힌건 다름아닌 거기 아이들의 미소이지 않을까.

오늘 간 숙소에 도착하고 조금 있으니 한 외국인이 도착한다. 독일인 여행자이고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약간 놀라며 원래 한국인들이 자전거 여행을 많이 하냐고 묻는다. 오는 길에 다른 한국 여행자 한 명을 만났다며.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는 카페에서 알게됐는데 서로의 스트라바 아이디를 알고있어 그 사람의 여행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나랑 비슷한 경로로 여행하시는데 지금은 딱 하루차이가 나게 여행하고 있다. 아마 방비엥에서 만날 거 같다.

씻고 잠깐 쉬다가 5시 반에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마을 산책을 잠깐 했다. 휴가를 몇개월 받아서 여행을 하는 모양인데,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몇 개월씩 일을 쉬며 이렇게 여행할 수 있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느낀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많은 개발도상국 나라들은 복지와 휴식에 대한 개념이 약한데다 여행할 자금도 없다. 새삼 내가 얼마나 큰 축복을 누리며 살고 있는지 느낀다. 또, “이 나라는 남미에 못사는 나라보다 못사는데 어떻게 이렇게 밤 늦게 다녀도 안전하고 아무도 내 물건을 훔쳐가지 않고 위협을 하는 사람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 부분은 나도 궁금하다. 불교의 자비심, 덕의 개념이 깊게 뿌리를 내려서일까? 집단주의적 가족문화에서 비롯된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는 문화, 즉 체면과 수치심의 문화 때문일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신기하긴 하다.

동남아는 난방시설이 없다. 그런데 이 지역 같은 경우는 오늘 밤만 해도 영상 9도까지 떨어진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온 동네 사람들이 나무 조각에다가 불을 피워놓고 있다. 거기 앞에서 얘기도 하고 요리도 한다. 내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 들어갈 때 항상 나던 뭔가를 태우는 냄새, 여기는 그것보다 조금 더 심하다고 보면된다. 나는 이 냄새와 풍경이 상당히 익숙한데 반해 이 독일인 친구는 이게 유난히 이국적이고 평화로워보이나보다.

내일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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