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는 마약을 약국에서 살 수 있다고?

[동남아 자전거 여행] #23 라오스 2025.01.12 방비엥에서 비엔티엔까지 가는 길. 그곳에서 만난 수 많은 아이들과 자전거 여행자들.

라오스에서는 마약을 약국에서 살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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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2

다음날 다시 길을 나선다. 방비엥에서 수도인 비엔티엔까지는 이틀 길. 오늘은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로 가는 길이라 그런지 길이 비교적 좋았다. 오늘도 당연히 수 많은 아이들과 인사도 했고. 엊그제 만난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 아저씨는 처음에는 아이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게 좋았는데, 그 인사 바로 뒤에 자기들끼리 웃으며 말하는게 단순히 좋은 말 같지는 않다고 했다. 나도 공감한다. 너덧살 먹은 아이가 아닌 초등학생 아이들만 되더라도 인사하고 자기들끼리 비식거리며 킬킬거리는 경우가 있는데 좋은 느낌만은 아니었다. 간혹 차에 숨었다가 놀래키는 아이들도 있고 하이파이브하려고 내민 손으로 여행자의 팔을 낚아채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게 어릴 때 우리들도 그랬다. 우리는 특별히 나쁜 아이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실패하면 차 뒤에대로 욕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자전거 여행자들과 인사하고 때론 놀리기도 하는게 아마 그 라오스 아이들의 놀이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태국의 개가 자전거가 지나가면 짖으며 달려오듯 여기 아이들은 나이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본능적이라고 할 정도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심지어 숲 속에서도 뜬금없이 사람 소리가 들려서 보면 아이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이것이 우리 DNA 깊이 새겨진 포유류의 어떤 본능인 것일까 아니면 그 아이들이 자전거 여행자들이 주는 사탕이나 초콜렛 같은 것을 받은 긍정적인 경험 때문일까? 나는 여행을 하면서 전자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다.

​비엔티엔으로 가는 중간 마을에 저렴하고 깨끗한 숙소가 있어서 그 곳에 묵었다. 인터넷도 획기적으로 빨라서 블로그에 올릴 사진들을 전부 임시저장했다. 근처에 패스트푸드를 파는 음식점이 있길래 몇 개 주문했는데 커뮤니케이션 미스인지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음식이 너무 많이 나왔다.(오히려 좋아.)


2025.01.13

새벽에 추워서 깼다. 온도를 보니 9도를 가르킨다. 유니클로 히트텍 엑스트라웜 위 아래에 반바지 반팔을 기 위에 껴입고 유니클로 경량패딩을 입고 이불을 덮고 잤는데도 추워서 깼다는게 믿기지 않아서 30분간 잠을 청하려고 노력해봤지만 도저히 추워서 버틸 수 없었다. 곧바로 침낭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고 덕분에 늦잠을 잤다. 현지인들은 진짜 춥겠는데?

어제 저녁을 먹고 싸온 남은 음식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출발을 했다. 얼마 가지 않아서 한국인 여행자 아저씨를 길에서 다시 만났는데, 라오스 여행을 온 이래로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서 단단히 고생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콧물이 계속나와서 잠깐 길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이따 저녁에 비엔티엔 야시장 구경을 하고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다행히 길이 계속 순탄하다. 라오스는 수도권으로 가야지 비로소 태국 시골 정도의 편의시설을 볼 수 있다. 길에서 파는 음료수들과 자주 보이는 식당들 말이다.

나도 며칠간 기침이 떨어지지 않아서 비엔티엔 안에 있는 약국을 들렀다. 기침이 날 때는 코푸시럽에 있는 한외마약 dihydrocodeine 성분이 효과가 강한데, 이는 실제 마약이 아니다. 거기에서 dihydrocodeine이 있냐고 물어보니 처음에는 dihydrochlorate(염산염)이 들어간 알러지 약을 줬다. dihydro만 보고 잘못 생각한게 분명하다. 이걸 헷갈리는 걸 보아하니 100% 약사가 아니다.

다시 달라고 하니 갑자기 아세트아미노펜+코데인 30mg가 들어간 진통제를 내민다. 처음에 보고 눈을 의심했다. 코데인은 아편 유래의 오피오이드 성분으로, 체내에서 일부가 모르핀으로 전환된다. 물론 의료 현장에서는 실제로 쓰이는 약이지만, 그만큼 엄격하게 관리되는 약물이기도 하다. 내가 일했던 병원에서도 아무에게나 쉽게 나가는 약이 아니었다. 기침이나 통증이 심한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처방됐고, 수량 관리도 몹시 까다로웠다. 한 알의 행방도 분명해야 하는 약. 그런 약이 라오스의 한 약국에서 너무도 태연하게 건네지는 장면은, 내게 꽤 강한 충격이었다.

간혹 몇몇 나라들에서 이 약이 소량 들어간 약을 일반의약품으로 팔기도 한다는데 이걸 마약처럼 남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금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여긴 이걸 처방전도 없이 내민다. 만약 진짜 아무생각 없이 이 약을 사서 태국 국경을 넘거나, 우리나라로 귀국하다 공항에서 붙잡히면 어떨까? 우리나라면 그래도 대화가 통하니 큰 문제는 없을거 같다만, 다른 나라로 가다가 붙잡히면 생각만해도 머리가 하얘진다.

가는 길에 자전거 수리샵에 들렀다. 여기는 수도인데도 제대로 된 수리샵 찾기가 힘들다. 며칠 전부터 자전거 뒷바퀴 바람이 자꾸 새는데 아주 천천히 빠져서 나는 당연히 펑크가 난 것이 아니라 어디 접합부에 조임이 잘못되어 바람이 샌다고 생각해 샵에 들른거였다. 하지만 다행히 원인은 펑크였고 2,000원에 펑크를 때웠다. 대도시에는 가난한 여행자 숙박 선택지가 호스텔 뿐이다. 오늘도 당연히 호스텔에 자리를 잡았다. 라오스는 호스텔 컨디션이 꽤 좋은 편이다.

저녁이 되어 한국인 여행자 아저씨를 다시 만나서 밥을 함께 먹었다. 파미르 고원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자전거 장비와 짐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 나는 이 분에 비하면 수퍼미니멀리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분은 옷도 상당히 많고 양말은 7켤레에 헤어드라이기까지 가지고 다닌다고. 그에 비해 나는 속옷 한벌(샤워 하면서 빨아입는다.) 양말을 전부 잃어버려 한켤레, 신발도 하나.

내일의 루트를 잠들기 전까지 고민하다 잤다. 사실 머리로 고민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걸 알고있다. 어차피 많은 결정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한다. 이미 내 머리로 생각하는 것 보다 내 몸이 먼저 세계에 닻을 내리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머리는 몸이 내리는 결정에다 부연 설명을 덧붙일 뿐이다.

내일의 나의 몸은 어떤 결정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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