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입국 10분 만에 사라진 여권: 라오스의 첫인상
[동남아 자전거 여행] #18 라오스 2025.01.05 라오스의 국경마을 훼이싸이(Houayxay)로 건너가자마자 여권을 분실했다. 에콰도르에서 온 아저씨와 이틀간의 동거동락
2025.01.05
오늘은 대망의 국경을 넘는 날이다. 치앙콩 시내로 들어가서 아침을 먹고 철물점 비슷한 곳이 있길래 구경할겸 들어가봤는데 이 정도 규모의 없는 물건 빼고 다 있는 상점을 태국에서 처음 봤다. 뉴질랜드의 warehouse, 우리나라의 다이소 느낌인데 분위기는 철물점의 느낌과 가장 가깝다. 거기서 WD-40 모방 상품 BS-40과 노가다 목장갑, 소금 등등 필요한 것을 좀 샀다. 인간이 소금을 먹지 않고 물만 먹으면 온 몸이 퉁퉁 부어오른다. 혹시 라오스에 나트륨을 섭취할 수 없는 구간이 나올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비상용으로 구매했다.


'무료 커피 제공'이라고 적힌 숙소는 항상 아침에 믹스커피를 준다.
라오스는 매우 후진국이라 건너가기 전에 무서워서 대비를 철저히 했다.
국경검문소로 넘어가는 중에 나이 든 아저씨 한 분이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걸 보았다. 그 분도 라오스로 간다기에 같이 갔다. 이런 곳에서 동행을 얻는 것은 좋은 일이다. 육로로 국경을 넘어보는 것은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는 할 수 없는 일. 절차는 간단하다. 비행기에 내려서 입국절차를 거치는 것과 비슷하게 하면된다. 가장 이해가 안되었던건, 분명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 있는 다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버스를 타게 했다는 것이다.(5,000원). 자전거 짐을 전부 분해하고 버스에 싣고 또 다시 짐을 패킹하고, 이런 번거로운 작업을 몇 차례나 했다.
검문 절차는 아주 간단했다. 며칠 전 콜롬비아 부부가 라오스 국경에는 부패한 경찰이나 사기꾼들이 있을거니까 조심하라고 했다. 특히 돈과 관련된 부분은 무조건 재차 확인하고 흥정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부패한 경찰은 만나지 않고 잘 입국할 수 있었다. 환전을 하고(검문소라 수수료가 크다.) 훼이싸이 마을로 향했다. 아까 만난 분은 에콰도르 출신의 60대 중반인데 혼자서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들 딸, 손주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자랑을 하셨다. 여행 방식이 조금 특이했는데 자전거 여행이 아니라, 배낭여행인데 택시나 툭툭이 비용을 아끼려고 아주 저렴한 자전거를 현지에서 산 듯 했다. 당연히 저가의 자전거라 속도가 나지 않아서 조금 답답하게 함께 이동했다. 출발하고 10분이 지나지 않아 트럭에 개가 치여 죽는 모습을 목도했다. 나중에도 라오스에서 이런 식의 비일상적인 일들을 숱하게 겪었다.




중간에 카페가 하나 보이길래 같이 음료를 마시러 들어가는 찰나, 아뿔사, 여권이 사라졌다. 머리가 하얘진다. 분명 입국절차까지 마쳤으니 라오스 안에 있는 건 맞는데 오는 길에 떨어뜨렸거나(힙색 지퍼가 열려있었다.) 입국심사대 근처에서 누가 흠쳐갔거나 둘 중 하나다. 설마 이 아저씨가? 라는 상상도 잠깐 했었지만 본능적으로 이 아저씨는 범인이 아니라는 느낌이 있다. 에콰도르 아저씨는 자기가 여기서 기다릴테니 여권을 찾으러 가라고 했다.
온 길을 빠른 속도로 되돌아가며 땅바닥을 계속 눈으로 훑으며 달렸다. 결국 검문소로 다시 돌아가서 환전소에 가서 혹시 여권을 보았냐고 물었다.(내 여권을 훔쳐갈 수 있었던 유일한 찬스가 환전할 때다. 그 때 여권을 자전거 주머니에 꽂아놓았던 기억이 난다.) 자기들은 본 적이 없다고, 저 쪽에 출입국 관리관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아까 내 입국 절차를 맡았던 관리관에게 물으니 난데없이 페이스북 아이디가 있냐고 묻는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이 내 여권을 길에서 주웠다고 페이스북에다가 그걸 게시했단다. 하, 이런 행운이 다 있나.
그 사람이 사는 곳을 확인하고(아까 에콰도르 아저씨와 헤어졌던 곳 바로 근처) 다시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달렸다. 달리면서 두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봤는데


여기 찾아가면 있다고 했다.
- 베스트 시나리오: 내가 정말로 떨어뜨렸고 누군가 주워서 선의로 페이스북에 게시했을 경우.
- 환전소에서 누군가 내 여권을 훔치고 페이스북에 게시. 국경 검문관도 한통속이라 이런 식으로 여권을 잃어버려 찾으러 온 여행객에게 여권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고 찾으러 그 장소에 가면 돈을 요구하는 경우.
2번의 경우라 할지라도 10만원 상당의 돈을 줄 각오는 하고 갔다. 어차피 여권을 재발급 받으려면 돈도 많이들고 절차도 번거롭다. 여권을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해서 여권 사본과 재발급용 여권 사진을 항상 가지고 다니긴 한다.
그 장소에 가니 아저씨와 딸이 한 명 있다. 내가 여권을 찾으러 왔다고 하니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한 후 여권 사진과 나를 비교해보고는 아주 쿨하게 여권을 넘겨주었다. 하, 라오스 사람이 이렇게 친절하다니. 정말 운수 좋은 날이다.
여권을 찾았다는 기쁜 소식을 에콰도르 아저씨께 알리니 자기 일 처럼 기뻐해주셨다. 본인은 만약 여기서 여권을 잃어버리면 싱가폴 대사관으로 가서 여권을 재발급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싱가폴까지 가는 비용하며 그 물가 비싼 싱가폴에서 여권이 나올 때 까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의 숙식비하면 과장 조금 보태서 그 나라 연봉의 반을 사용해야 할 지도 모른다.
내일은 훼이싸이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이틀 동안 가는 슬로우보트를 탈 예정이라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숙소를 잡았다. 침대 두개 있는 방이 16,800원. 아저씨랑 더치페이 했다. 라오스는 숙박비가 정말 저렴하다. 대신 음식 값은 태국과 조금 비슷한 듯 했다.





아저씨랑 밥 사먹으러 가는 길. 국경 하나 넘었다고 개들이 저렇게 온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