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멜로 3배 가격의 법칙: 이방인이 치르는 낭만세
[동남아 자전거 여행] #08 태국 2024.12.20 태국 시골 나콘사완 여행기. 아무와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곳에서 손짓 발짓하며 살아남기
2024.12.20
여행 경로를 항상 즉석해서 결정하고 있다. 현재위치를 찍어보고 북쪽에 있는 마을 중 숙소가 있을 법한 느낌의 마을 하나를 찍어서 그리로 간다. 여기 태국에선 식량, 물과 같은 보급문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도로 중간 중간에 휴게소도 많고 길거리 상인들도 많기 때문이다. 얼마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강한 자만이 살아남던 90년대" 밈이 한창 유행한 적이 있다. 험난한 놀이터, 8차선 도로 무단횡단, 중앙선 침범하는 차들같은, 아직 사회 제도와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기 전의 우리나라를 풍자하는 밈인데 여기가 딱 그런 느낌이다. 수십년 뒤에 태국인들 스스로가 이 때를 '낭만의 시대'였다 라고 회상할 지도?
오늘 갈 곳은 나콘사완이라는 곳. 태국 여행은 주로 방콕, 파타야, 푸켓, 치앙마이 이 네곳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도중에 내가 가는 이런 도시는 여행자들에게 크게 유명한 도시가 아니다. 다시 말해 이 동네 사람들은 영어를 전혀 못한다. 해외 유명 관광도시에 간 한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것이 이 지역 사람들이 한국어, 영어를 다 할 줄 알아서 의사소통에 거의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광수요가 거의 없는 지방도시들은 당연히 외국어를 쓸 일이 없어서 영어를 잘 못한다.
간단한 인사말 외에는 아직 쓸모있는 태국어를 모르기때문에 의성어를 쓰고 손짓 발짓으로 소통을 한다. 당연히 번역기를 쓰지만 순간적인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음식점에 들어가도 음식 주문을 하기 어렵다. 치킨과 같이 간단한 영어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요즘은 그냥 번역기에다가 “가장 자신있는 메뉴로 하나 부탁드립니다.”를 번역해서 식당 사장에게 내민다. 웃으면서 음식을 해주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많은 태국인들은 낯선 사람에 대한 왠지모를 수줍음이 있어서 이 요청을 받았을 때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로 원시인이 된 느낌이다.



"자신있는 메뉴 하나 주세요"하면 실패 없는 메뉴가 나온다.
나콘사완 숙소에 한시 반 정도에 도착했다. 주변에 있는 빨래방에 찾아가 오랜만에 밀린 빨래를 했다.(빨래와 건조까지 2,500원 정도). 근처에서 작은 샴푸도 샀다.(800원). 여기서는 뉴질랜드와 다르게 사람처럼 살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머리를 샴푸로 감은게 두 번 정도 되려나.
일찍 숙소에 도착하니 너무 심심하다. 태국은 밤의 나라이다. 햇볕이 강하고 더운 나라라서 낮 보다는 밤에 사람들이 활발해진다. 여러모로 뉴질랜드와 정반대의 나라. 자전거 여행은 낮에 움직이고 밤에 쉬는 패턴인데 태국에 오니까 내 리듬과 도시의 리듬에서 자꾸만 엇박이 생겨난다. 내 리듬대로만 살자니 태국을 제대로 여행하지 않는 느낌이 들고 태국의 리듬에 맞추자니 자전거 여행에 지장이 생긴다.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하니 근처 공원같은 곳으로 자전거를 끌고 산책을 나갔다. 호수 주변으로 조성된 공원 겸 산책로인데 자전거길도 있고 볼 것도 풍성했다. 러닝을 하는 사람이 특히 많았고 야시장도 잘 돼있다.
태국 사람이 친절하고 착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었는데 직접 경험하면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가 관광객이고 태국어를 못하니 물건을 살 때 나를 호구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오늘 오는 길에 길가에 할머니에게 자몽과 비슷한 포멜로라는 과일 하나를 샀었다. 무게를 달더니 108바트라고 한다. 태국 하루 일당이 350 바트인데 이건 순 사기가 아닌가. 그래도 할머니가 직접 깎아주기도 하고 뭐 경험이라 생각하고 샀었다. 한 두배 정도 눈탱이 맞은건가 당시에 생각했었는데 한 세배 정도 가격을 주고 산거였다.






여기 야시장에서도 비슷했다. 분명 옆에 아줌마가 50바트를 주고 사가는걸 봤는데 나를 보더니 100바트를 부른다. 이번엔 속기 싫어서 그냥 지나쳤다.
태국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얘기 때문에 나는 처음 태국에 와서 길에서 보는 사람에게 "싸와디캅"이라고 인사하고 다녔는데 알고보니 그게 상당히 이상한 행위였다. 뉴질랜드에서는 길가에서 사람을 만나면 항상 인사했고 최소한 미소라도 서로 나눴었는데 여기서 그러고다니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냥 우리나라에서 하던대로 하면 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