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km를 달린 후에 들은 말 "예약 꽉 찼으니 돌아가세요(!?)"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03 024.11.06 뉴질랜드 호빗마을 근교 캠핑장

102km를 달린 후에 들은 말 "예약 꽉 찼으니 돌아가세요(!?)"

2024.11.06

웜샤워는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로,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무료로 숙소를 제공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플랫폼이다. 자전거 여행을 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웜샤워의 호스트가 되어 주변에 여행하고 있는 자전거 여행자 게스트들을 초대해 Warm shower와 잠자리, 끼니까지 제공한다. 내가 게스트도 될 수 있고 호스트도 될 수 있는 상호환대 커뮤니티인 것이다.

무료한 라이딩이 지속되는 가운데 웜샤워를 한번 이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일의 목적지인 Rotorua에 있는 웜샤워 호스트 몇 명한테 메세지를 보냈다. 하지만 전부 다 약속이 있거나 다른 게스트가 있어서 못 받아 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캠핑해야지.

자전거 여행은 별로 컨텐츠가 많지 않다. 오전 9시 전에 출발해서 오후 5시 전 쯤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중간에 하는거라곤 페달을 밟는 것과 점심을 먹기위해 잠깐 쉬는 것, 이 두가지다. 자전거를 타는 길 위에서는 과속하는 큰 트럭과 차들 때문에 생사를 걱정해야 하는 일들이 수 없이 펼쳐지는데 지나고 나면 여기에 관해서는 크게 쓸 말이 없다. 살아남았다. 이 말 뿐이다. 어쨌든 멋진 풍경이 이어지고, 좋은 냄새를 맡고, 슬픈 생각, 기쁜 생각들을 수도 없이하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때론 경사진 오르막에선 욕을하고 내리막에서는 환호성을 지르다보면 어느새인가 목적지에 도착해있다.

오늘은 라벤더 향을 많이 맡았다. 자전거를 탈 때 이런 사소한 것 하나가 꽤 큰 힘이 된다. 지나가는 차 주인이 엄지를 추켜세워준다든지 마을에 마오리족 아저씨가 "Awesome"을 연발한다든지, 염소들이 신나서 나를 쫓아온다든지하는 이런 상황들이.

오늘 다 마셨다.

오늘의 목적지는 Matamata 도시의 호빗마을과 인접한 캠핑장이다. 여기는 캠핑장은 10NZD(8,500원)이고, 2NZD(1900원)을 내면 5분간 Hot shower도 가능하다. 102km를 달려서 도착했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나와서는 "We’re fully booked. You’ll have to go all the way back.(예약 다 찼으니 돌아가)" 이런 식으로 말한다. 이 시간에 다른 캠핑장을 어떻게 찾아서 가야하나라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joke라고 하는 순간 안도의 숨.

오늘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는 사람은 나 뿐이다. 전부 캠핑카를 끌고 와서 자리를 잡는다. 내 옆에 남자 두명이 이틀 전에 오클랜드에서 나를 봤다고 말을 건네는데 덴마크사람이라고 한다. 영어가 유창하길래 영어권에서 온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북유럽 쪽 사람들은 영어를 잘한다.

오늘은 싸고 멋진 곳에서 아주 잘 잘 예정(땅이 조금 경사져서 잘 때 조금 불편했다.)

맨 밑에 나의 후기 I lov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