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친구와의 렌트카 주행기: Hannah와의 세 번째 만남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21 2024.12.05 퀸스타운에서 프리우스 렌트해서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 캠핑장으로 향했다.

오스트리아 친구와의 렌트카 주행기: Hannah와의 세 번째 만남

2024.12.05

오늘 오후 1시에 렌트 예약이 되어있다. 가는 길에 자전거샵도 들를 예정이라 거리상으로는 한시간 반 조금 넘어 걸리는 거리인데 9시 조금 넘어서 출발했다.

이상하게도 오늘 길을 여러번 잃었다. 분명 지도에 나와있는 길인데 길이 이상해서 몇번이나 나왔다 들어갔다하느라 시간도 많이 지체됐다. 그 때문에 11시가 다돼어서 자전거샵에 도착했다.

12월 8일에 인터시티 버스를 타려면 바퀴와 페달을 모조리 분리해야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내가 가진 멀티툴은 짧고 힘이 약해서 페달을 분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뉴질랜드 출발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이걸 못 풀어서 결국 페달을 부착한 채 비행기에 실었었다.) 페달을 푸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앞에서 푸는 렌치를 사용하는 방법, 뒤에서 육각렌치로 푸는 방법이 있다. 육각렌치가 들고다니기 가볍고 편하지만 페달이 강하게 잠겨져 있을 경우 안 풀릴 때가 있다. 그래서 렌치를 살까 고민을 했는데 가격이 3만원 정도에 무게가 무거워서 포기했다. 결국 페달을 약간만 느슨하게 하는데 만족하고 렌트하러 출발했다.

렌트카 업체는 중국업체이다. 자전거를 실어야 해서 조금 큰 차를 원했기에 캠리나 그 비슷한걸 준다는 걸 예약했는데 프리우스를 주면서 캠리랑 다를게 없단다. 캠리 정도 되는 크기면 앞바퀴만 탈착하고 구겨 넣을 수 있는데 프리우스는 앞 뒷바퀴 전부 탈착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자전거 분리하고 싣기를 성공하고 오스트리아 친구 하나를 태우러 출발했다. 이 친구가 영어 시험을 보는 곳은 여기서 두시간 반 거리인 인버카길이다. 거기서 그 친구를 태워서 장을 본 후 또다시 두 시간을 올라와서 캠핑장에 가기로 했다. 얼추 계산해보면 저녁 8시 쯤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겠다 싶었다.(해가 9시 반에 지니까 상관없다.)

왼쪽 주행이 적응이 좀 안되긴 하지만 차가 많이 없어서 큰 무리 없이 도착해서 하나 픽업 후 장을 보러 갔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장을 보러가면 서로 서로 합의해서 같이 먹을 음식을 사는데 이 친구는 확실히 유럽인이라 그런지 자기 음식, 내 음식을 철저히 구분하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뭘 먹어도 상관없는 사람이라 이 친구 음식을 좀 뺏어 먹어볼까 싶었는데 그러면 별로 안 좋아할 거 같은 느낌이라(나 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왜냐면 이 친구들의 기분을 표정과 반응에서 에측하는 것이 같은 한국인보다 훨씬 어렵다.) 평소에 먹던 음식을 대충 주워 담았다. 그래도 이틀간 저녁으로 파스타는 같이 먹기로 합의했다.

나는 평소에 입맛이 2진법이라고 얘기하고 다녔는데 좀 더 생각해보니 3진법이 맞는 거 같다. 맛 없거나(0), 먹을 만 하거나(1), 맛 있거나(2). 미식과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입맛으로서 대부분의 음식이 1 아니면 2이다. 때문에 아무리 맛있는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먹어도 2 수준에서 그치기 때문에(김밥, 라면, 찌개, 고기 등 어지간한 음식은 전부 2이다.) 리액션이 그닥 좋지 못하여 그 음식점을 데려가 준 사람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도 어쨌든 여행자 입장에선 좋은 입맛인 거 같다.

렌트 값을 내가 계산했기에 일단 돈은 전부 내가 계산하고 나중에 정산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이 친구의 핸드폰과 차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는데 이 친구가 아주 일관된 음악 취향(아주 빠른 템포의 락 음악)을 가지고 있다는 걸 금새 알아차렸다.


오늘 갈 캠핑장은 DOC캠핑장(정부 운영 캠핑장)으로 하루에 인당 12,000원 정도꼴이다. 다른 곳에 비해 싼데반해 물은 지붕에서 타고 내려오는 빗물을 물 탱크에 모아놓고 쓰고 샤워실도 없다. 땀 뻘뻘 흘리며 하이킹을 한 후에 며칠간 씻지도 못한다는 뜻. 화장실도 냄새나고 지저분한 곳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나는 비누 하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씻는다고 하니 이 친구는 샴푸 하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는단다.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었는데 산으로 둘러쌓인 곳이라 그런지 벌써 어둑어둑하다. 더 어두워지기전에 금방 파스타를 해먹고 각자 텐트에서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