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하는 모든 이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Not All who wander are lost.)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20 2024.12.03-04 와나카에서의 캠핑, 그리고 퀸스타운으로 향한다.

방랑하는 모든 이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Not All who wander are lost.)

2024.12.03

어제 내가 하루 묵은 캠핑장은 와나카와 가까운 곳이다. 뉴질랜드 남섬에는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대표적인 도시들이 몇 개 있는데 와나카도 그 중 하나이다. 그 곳들의 공통점은 물가가 비싸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을 좀 했다. 와나카로 갈 지, 이 곳에서 하루 더 묵을지. 이 곳은 10NZD 밖에 안하는데 그 대신 주변 풍경이 별로에다 시설이 좀 열악하다. 와나카에서 알아본 저렴한 캠핑장은 시설이 좋고 와나카 호수를 바로 옆에 끼고 있어서 뷰가 아름답다.

결국 세이렌의 유혹에 굴복하고 와나카로 출발했다. 유명한 호수와 경치를 감상하려고 일부러 좀 빙 돌아갔다.

며칠 전부터 경로에 대한 계획을 제대로 못짜고 있다. 12월 10일 출국이라서 적어도 8일에는 크라이스트처치로 버스를 타고 돌아와야한다. 최종목적지 후보는 퀸스타운, 테아나우 중 하나가 될거다. 문제는 테아나우에서는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오는 버스가 없고(퀸스타운과 테아나우는 자전거로 이틀거리) 퀸스타운은 여기 오늘 묵는 와나카에서 하루거리이다.

퀸스타운에서 밀포드사운드 크루즈 투어를 신청한다하더라도 하루면 끝나기 때문에 며칠 시간이 붕 떠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래서 일단은 여기서 하루 더 쉬면서 생각해보기로 마음 먹고는 근처 마트에서 음식을 좀 샀다.

뉴질랜드에 와서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신기한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는 사람을 만난다. 오늘 만난 사람은 내 텐트 바로 옆에 있는 1인용 텐트인데 저녁이 되니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물어보니 자기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와나카에서 일을 한다는데 집이 바로 1인용 텐트이다. 사진을 보면 알다시피 이 좁은 공간에 자기 모든 짐을 넣고 생활을 하는거다. 샤워장도 있고 빨래도 2달러를 넣고 하면된다. 숙박료는 하루에 15,000원 꼴이니 뉴질랜드 물가를 고려해보면 상당히 저렴한 생활비다.

며칠 전 만난 오스트리아 친구와 왓츠앱으로 서로 얘기를 하다가 새로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 투어는 하루에 220NZD 정도, 차 렌트비는 하루에 80NZD가 조금 안된다. 이 친구는 며칠 전에 만났을 때 부터 차를 렌트해서 밀포드 사운드 근처에서 하이킹 투어를 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내가 이 친구와 며칠 정도 렌트를 해서 밀포드 사운드 투어 후에, 이 친구가 나를 크라이스트처치까지 차로 데려다 주고 그 다음날 근처 바이크샵에서 박스 포장 후 공항까지 태워줄 수 있다면 이만큼 편한 방법이 없지 않을까. 투어 비용에 버스 가격(110NZD)를 아낄 수 있다면 비용적으로도 이득이다.

얘기를 하다보니 자기는 크라이스트처치 말고 테아나우 쪽에 좀 더 머물고 싶어서 그렇게 까지는 안되겠고 3일 정도 차를 렌트해서 다니는 것이 어떻냐고 한다. 그러면 나는 퀸스타운으로 돌아와서 버스를 타고 크라이스트처치로 가야하긴 하지만, 차를 렌트하면 저렴한 캠핑장에 갈 수 있어서 숙박비도 아끼고 저렴한 식자재 마트에서 음식을 대량 구매하면 되니 음식비 까지 아낄 수 있다. 크루즈 투어를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경험이 될거다.

결국 5일 오후부터 8일 새벽 6시까지 퀸스타운에서 빌려 퀸스타운에서 반납하는 조건으로 차를 예약. 8일에 차를 반납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아침 8시에 크라이스트처치로 가는 인터시티 버스를 타면 시간도 딱 맞다.

그러려면 내일 퀸스타운으로 가야한다. 하루 더 있으려고 했던 계획이 또 바뀌었다.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계획을 물으면 나는 언제나 “I don’t have any definite plans, I just follow my heart.”라 대답하는데 진짜다.


2024.12.04

퀸스타운은 와나카보다 물가가 비싼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캠핑장도 비싸다. 퀸스타운 중심부가 아닌 외곽에 작은 마을이 하나 있는데 오늘은 거기를 목적지로 잡고 출발했다. 오늘 가는 길에는 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 구간이 존재한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는데 뉴질랜드 남섬에서는 모로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도시와 도시를 잇는 길은 딱 하나인데 차와 자전거 전부 그 길로 가야한다. 그만큼 인구가 없다는 뜻이다. 중간에 차를 꽤 많이 마주치는데 대부분이 여행와서 차를 렌트한 사람들이다. 오늘 가는 길은 며칠 전 갔던 lindis pass와 비슷한 느낌인데 압축된 길이에 그만큼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우겨넣은 느낌이라서 경사가 상당하다.

내 자전거는 투어링 전용 자전거가 아니라서 제일 가벼운 기어로 가더라도 오르막 경사가 심해지면 가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한참을 낑낑대며 끌고갔다. 오르막 끝에 다다르던 찰나에 자전거 여행자 두명의 모습이 보인다. 며칠 전에 만났던 그 독일인 부자! 여기를 포함하면 총 3회차 만남! 벌써 퀸스타운을 돌고 다른 지역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내가 너무 느긋하게 다녔나? 아무튼 반가운 마음을 뒤로한 채 내리막 출발. 스트라바 기록을 보니 최고 시속 65키로가 넘게 찍혔다. 아마 역대 가장 가파른 내리막이 아니었나 싶다. 딱 그만큼 절경이었다.​

경로를 짤 때 Road bike를 선택하면 포장도로 위주로 안내해주고 그냥 cycling을 선택하면 울퉁불퉁한 도로를 같이 넣어서 안내해준다. cycling 도로는 차가 없는 길을 많이 안내해주긴 하는데 그만큼 울퉁불퉁해서 내 바퀴로는 힘들다.

오늘도 cycling으로 선택하는 바람에 마지막 10km 정도를 급경사에 울퉁불퉁 그래블 코스를 달렸다. 속도가 조금이라도 빨라지면 미끄러질 위험이 있어서 브레이크를 꽉 잡고 갔는데 전완근이 터질거 같아서 중간에 몇 번이나 쉬었는지 모르겠다.

캠핑장 비용은 30NZD가 넘었는데 역대 가장 비싼 곳이다. 그나마 퀸스타운 주변 지역에서 가장 싼 곳이다. 오늘도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일찍 도착해서 푹 쉴 수 있었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문장을 여행이 끝나는 순간까지 떠올렸다. 뉴질랜드에서는 경치가 좋은 언덕이나 고인이 평소 좋아했던 산책로에 가족들이 이런 작은 추모패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