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한 그릇과 150달러의 응원: 전 직장 팀장님과의 만남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15 2024.11.24-25 크라이스트처치 한인 교회 방문과 전 직장 팀장님과의 만남
2024.11.24




오늘은 크라이스트처치 내에 있는 한인장로교회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교회에 가면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호스트가 아침 먹을거냐고 물은 것도 괜찮다고 하고 배고픈 채로 교회로 출발. 크라이스트처치까지의 길은 완전 평지에 자전거 도로가 정말 잘 나 있다. 도시 안에도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는데, 뉴질랜드는 확실히 자전거 친화적인 나라가 맞다.
예배 시간인 11시 반 전까지 근처 공원에서 대충 시간을 때우다가 교회로 갔다. 처음 가자마자 그 규모에 놀랐다. 작은 규모의 교회를 생각했는데 수백명 정도가 모이는 규모이다. 가서 사람들이랑 얘기도 하고 교제도 하면서 오늘의 숙소를 잘 구해볼 마음이 있었는데 그러기는 좀 힘들어보였다.
워낙 많은 여행자들이 매주 이 교회를 왔다가니 내가 방문하는 것은 이 교회에 특별한 일이 아니다. 큰 교회는 사람은 많지만 잘 조직화 되어있어 교제의 폭이 작은 교회보다 좁다. 오히려 2주 전에 간 로컬교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왔었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정말 친절했고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다. 미역국을 먹고 가라고 내 팔짱을 끼고 가주신 할머니, 미역국을 더 먹어도 되냐 물어보니 직접 퍼다주시고 자전거 여행을 본인도 하고 싶다고 하신 세명의 딸을 둔 아저씨. 이들의 도움으로 간만에 황홀한 미역국을 먹고 왔다.



크라이스트처치는 12월 10일날 출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다시 와야하기에 이 도시는 묵지 않고 그냥 통과하려고 했다. 원래 내 성향인지, 자전거 여행을 해서 그런건지는 확실치 않지만 나는 대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하다.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이지만 그래봐야 인구가 40만 정도 밖에 안된다. 그래도 차가 많고 사람이 많은건 자전거를 타기 최적의 조건은 아니다. 사고와 도난의 위험이 있기에 한적한 곳보다 신경이 더 곤두서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때마침 전 직장인 경주 동국대 병원 약제팀장님이 마침 여행 중 내일 크라이스트처치 넘어온다고 하셨다. 어차피 교회도 갈겸 팀장님도 만날겸해서 여기에 묵기로 결정.
좋은 구실을 얻었기에 이틀간 여기서 쉴 수 있다. 웜샤워 호스트들 4명에게 메세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다. 캠핑장도 호스텔보다 비싸서 그냥 호스텔 이틀치를 결제했다.
교회 마치고 시내를 대충 둘러본 다음 호스텔에 도착했다. 호스텔 리셉션 데스크 직원이 이때까지 내가 겪은 뉴질랜드 사람 중 가장 불친절했다. 이것도 내가 생각하는 도시의 특징 중 하나. 친절한 일본인들이 요즘 관광객이 하도 늘어서 점점 불친절해지고 있다는데 그것과 비슷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이 호스텔은 저렴하고 공장 같은 시스템의 대형 호스텔이라 아마 직원이 상대해야 하는 사람이 작은 규모의 호스텔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을터. 이 정도 불친절은 이해하자.


2024.11.25
오늘은 저녁에 전 직장 약제팀장님을 만나기로 해서 여기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하루 종일 쉬면된다. 호스텔 안에만 박혀있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도시 구경하는 겸 밖으로 나왔다.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식물원이 유명해서 그곳을 목적지로 정하고 한적하게 시내를 누볐다.
수목원이 생각보다 많이 커서 다 둘러보려면 몇시간이 걸리는데다 나는 오늘 그다지 많은 활동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러 죽치고 앉았다. 어디를 가든지 크리스마스 캐롤이 크게 틀어져있어서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든다. 사람들이 반팔을 입은 것만 빼면.






뉴질랜드 사람들이 안전에 주의를 많이 기울인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입은 옷 색이나 안전 표지판의 색깔로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공사 현장이나 도로 정비 할 때 세워놓는 주황색 안전고깔의 채도는 우리나라 것보다 훨씬 쨍하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밝은 형광색이나 주황색 같은 high visibility의 옷을 입고 있는데 누구하나 대충 입은 사람이 없다.
자전거 운전자들을 보면 그 사실을 더 체감하게 되는데 소수 쫄쫄이를 입고 로드바이크를 타고 빠르게 주행하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자전거 주행자들은 높은 시안성이 확보되는 옷을 입고 있거나 소품을 자전거에 달고 있다. 나도 나름은 어둡진 않은 색상의 자전거 옷을 구매했었는데 여기서 내 복장은 검은 그림자 수준이다.
며칠 전부터 형광색 조끼를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카페에 한 아저씨가 그 조끼를 입고 있길래 어디서 사냐고 물어봤다. 아웃도어 매장이나 바이크샵에 가면 살 수 있냐고 하니, 거기는 너무 비싸다면서 본인이 산 warehouse 하나를 추천해 주셨다. 확실히 거기 가니 수 많은 종류의 형광색 옷이 진열되어 있는데 그 중에 티셔츠가 만원 정도 하기에 당장 하나 구매했다.

팀장님은 패키지 여행을 하고 있기에 개인행동을 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저녁을 먹고 오신다고한다. 나도 사놓은 음식들로 간단히 호스텔에서 저녁을 먹고 팀장님 숙소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남편과 함께 오셨는데 셋이서 간단한 다과를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남는 과일도 주시고 면도기가 없다고 하니 남는 일회용 면도기도 주신다. 심지어 태극기도 두개 더 얻었다. 가장 고마웠던 건 저녁을 같이 먹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시며 100NZD를 주셨다. 이 돈이면 내 이틀치 여행경비이다.
자전거를 타고 내 숙소로 돌아가야 하기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출발했다. 숙소 입구에서 어떤 아주머니 한분이 태극기를 보고 “코..코리아!”라고 소리치셨는데 옆에 있던 아저씨분이 “대~한민국!”이라고 외치신다. 민망하고 웃긴 마음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호스텔에 돌아오니 한국인 아저씨 한 분이 밖에 계신다. 11월 7일에 로토루아에서 만났던 분인데 이렇게 우연히 같은 호스텔, 같은 방에서 또 만났다. 울진에 사시고 혼자서 전세계로 여행을 참 많이 다니신다고 한다. 여행을 하다보니 신기한 일이 참 많이 생긴다. 놀라운건 이 아저씨도 나에게 자전거 여행 힘내라며 50NZD를 주셨다. 후원을 받은 것도 여행 중 처음인데 한 날에 두번이나 받다니, 참 운수좋은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