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헬리녹스 의자 훔쳐갔어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24 2024.12.08-09 퀸스타운에서 크라이스트 처치의 버스 이동. 자전거는 전부 분해해야하고 추가요금을 받는다. 인터시티버스를 이용했다.

누가 내 헬리녹스 의자 훔쳐갔어

2024.12.14

차타고 20분만 가면 되는 거리에 렌트카를 새벽 6시까지 반납하면 된다. 반납 후에는 자전거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인터시티 버스 터미널로 가서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탈 예정이다.

새벽 4시에 깨버려서 대충 정리하고 바로 출발했다. 중간에 기름을 넣고 가서 5시 경에 렌트카 업체에 도착. 자전거를 조립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의자가 없다. 헬리녹스 체어 제로, 13만원 정도 주고 샀던 의자인데 캠핑장에서 놔두고 왔거나 누가 훔쳐갔거나 둘 중 하나이다.

오히려 잘됐다. 이제 동남아로 넘어가서 2달 반 정도를 있을 예정인데 동남아에서는 캠핑을 거의 하지 않을 거 같아서 캠핑의자가 필요가 없다. 1kg 정도 무게를 덜어낸 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유럽으로 넘어갈 때 다시 사면된다.

뒷바퀴는 이번에 차를 렌트하면서 처음 빼보고 처음 끼워넣는다. 빼는 건 쉬웠는데 끼우는게 생각보다 어려워서 한참을 쩔쩔매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겨우 조립을 했다. 6시가 되니 직원이 한 명 나온다. 벌써 출근을 하다니 역시 아시아인답다.

차를 슥 훑어보고 사진을 몇 장 찍더니 쌍따봉을 날리며 All good을 외친다. 다행히 아무 이상없다.

인터시티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다시 분해 후 짐을 실었다. 아침 8시 5분에 퀸스타운에서 출발해서 오후 5시 전에 크라이스트처치 도착하는 꽤 긴 일정인데, 중간에 쉬기도 많이 쉬고 승객도 많이 바뀌었다. 내 옆자리는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일본인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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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요금은 현금으로 따로 받는다. 예약을 하는 페이지에 자전거가 있으면 미리 연락하라는 'contact us'링크가 있다. 거기서 이메일을 보내면 된다.
버스 안내원이 버스 입구에서 종이를 들고 인원을 체크하는데 거기에 내가 자전거가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

​비몽사몽 가다보니 어느새 도착해서 자전거를 조립 후 공항 근처에 있는 캠핑장에 가서 이틀 예약을 했다. 10일 오후에 출발이니까 내일(9일) 근처 바이크샵과 공항 안에 있는 가게들을 직접 발품을 팔며 돌아보며 자전거를 포장할 박스를 구해볼 생각이다.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2024.12.09

아침에 일어나 바로 옆에 있는 텐트에서 주무신 할머니와 인사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본인이 공항에 전화를 해서 물어봐주시겠단다. 어차피 공항에 갈 예정이었어서(가깝다.)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었으나 그래도 그 마음이 감사했다.

뉴질랜드는 특유의 키위 엑센트 때문에 억양이 강한 사람을 만나면 듣기가 조금 어렵다. 특히나 나이드신 분들과 대화하거나 전화를 할 때는 또박또박 말하지 않고 중얼중얼거리듯이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럴 때는 아무리 집중해도 제대로 못 들을 때가 많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영어를 제 2외국어로 배운 유럽인(중국인X, 인도인X)과 대화할 때 가장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잘 되는 경우가 많다. 영어가 아무리 universal한 언어라도 한 지역에 고착화되면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그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방언과 사투리 같은 것이 생겨나게 마련인데 로컬이 아니면 알아 듣기 힘든 경우가 많다.(스코틀랜드 사투리를 떠올려보라.) 아 미국은 제외. 사투리가 강한 미국인이 아니면 당연히 미국인과 대화하는게 가장 쉽다.

그래서 침략을 많이 받고 주변 나라들과 왕래가 많았던 나라들의 언어가 비교적 배우기 쉬운 반면, 고립되어 있던 나라들의 언어는 배우기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권 국가에서는 내 머릿속에 있는 문장을 영어로 직역해버리면, 영어권 나라에서 일상 생활에서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법한 굉장히 어색한 문장이 완성된다. 반면 영어와 언어학적으로 가까운 서구권 국가들의 사람들은 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을 영어로 직역하더라도 의사소통이 문제 없이 원활하게 되는 듯하다.

특히나 would, could와 같은 조동사나 would have p.p나 could have p.p 같은 가정법을 우리나라 사람이 자연스럽게 쓰는게 굉장히 어려운데 반해 내가 만났던 유럽권 친구들은 영어를 그닥 잘하지 않는데도 이런 문법들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는 것을 많이 봤다.

아무튼 이 할머니의 도움으로 박스를 파는 업체 2군데를 알아냈다. 공항에 가는 길에, 공항 바로 앞에 warehouse가 있어서 테이프, 뽁뽁이의 위치를 봐뒀다. 내일 공항 가는 길에 사가야한다.

공항에 gift shop이 하나 있는데 직접 가서 물어보니 오늘은 남는 자전거 박스가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에어뉴질랜드에 문의해보니 원사이즈 자전거 포장 박스를 개당 2만원에 판매한다고 한다. 수량이 넉넉히 있으니 내일 와도 괜찮을거라는 말을 듣고는 근처에 있는 바이크샵으로 갔다.

나는 뉴질랜드에서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는데 에미리트 항공을 타고 시드니로 간 후 에어아시아X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간다. 에어아시아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수하물이 없어서 비행기 예약할 때 추가 구매를 했다. 요약하자면 박스 3면의 합이 300cm, 무게는 25kg 이하가 되면 두 항공사 모두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 비행기에 내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카본재질의 프레임이라 자전거 무게가 가볍다. 음식과 물을 전부 제외한 자전거포함 총 무게는 재보니 31kg 정도 나갔다. 박스 무게를 포함해서 계산한다면 9kg을 carry-on baggage로 비행기에 들고 타면 이론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올 때 내가 가진 멀티툴로 페달을 분리하지 못해서 결국엔 페달을 장착하고 탔었다. 인천공항에 한진택배는 내 자전거 크기에 맞게 박스를 재단해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는데 공항에 있는 박스와, 바이크샵에 있는 박스는 모두 페달을 분리해야만 자전거를 넣을 수 있는 너비이다.

페달을 분리하는 방법은 육각렌치를 사용하거나 페달전용 렌치를 사용해야한다. 문제는 모든 바이크샵에서 육각렌치를 세트 단위로 팔기 때문에 한개의 육각렌치를 얻기 위해서 필요없는 8개 정도의 육각렌치를 같이 사야된다. 그리고 육각렌치보다는 페달전용 렌치가 페달을 풀기 훨씬 더 편하다. 괜히 육각렌치를 샀다가 공항에서 페달을 분리하지 못하면 그건 정말 낭패아닌가. 페달전용 렌치의 가격은 25,000원 정도 되는데 문제는 무게가 300g 정도 나간다. 만약 한개의 육각렌치를 산다하더라도 페달을 풀 정도의 힘을 받으려면 꽤 무겁고 큰 것이 필요하다.

비행기를 탈 때만 필요한 이 것 때문에 매일 300g의 무게를 추가해서 라이딩을 해야할까? 일단은 대안이 없다. 동남아에 가서 버리든가, 팔든가 같은 추후 문제는 차차 생각해보기로 하고 일단은 구매했다.

다시 캠핑장에 돌아오니 오후 1시 정도가 됐다. 시간이 많아서 여유로워야 하는데 마음 한구석이 자꾸만 불편하다. 그래도 뭐 할 수 있는데 까지 했으니까 일단은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