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국경 검문소의 화려한 손놀림, 어느새 털린 지갑

[동남아 자전거 여행] #37 베트남 2025.02.11 베트남 무비자 기간 착오와 캄보디아 국경 검문소 수비대의 교묘한 절도. 치밀한 계획 없이 몽상에 빠져 달린 대가로 마주한 혹독한 현실. 돈도, 인터넷도 없이 베트남 국경을 넘었다.

캄보디아 국경 검문소의 화려한 손놀림, 어느새 털린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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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1

엄청나게 큰 실수를 저질렀다. 오늘 베트남으로 넘어가면 베트남 총 거주기간이 51일이 되는데, 베트남은 비자 없이 최대 45일만 거주할 수 있다. E-Visa를 신청하면 90일까지 허용이 되는데 발급하는데 5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돈을 20만원 이상 지불하면 하루만에 발급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기에는 돈이 아깝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 베트남으로 넘어가서 중간에 라오스로 비자런을 하는 경우:
    베트남에서 라오스로 국경을 당일로 넘어갔다가 다시 넘어오면 45일 비자 허가날짜가 갱신된다. 즉 45일을 더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위험요소가 따르는데, 정말로 운이 나쁘면 베트남에서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한다.
  2. 캄보디아에서 6일 더 머문 후에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경우:
    가장 안전한 선택지지만 캄보디아에 6일을 더 머물기가 싫다.

1번 선택지로 결정했다. 많은 사람이 비자런을 하고 있고 실패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오늘 베트남으로 넘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베트남 국경으로 다가갈 수록 교통량이 많아진다. 마침내 출입국관리소 도착.

저 펄럭이는 베트남 국기를 보라. 심신이 안정된다.

나의 치명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자전거 여행자들은 미리 몇달 치의 계획을 세워놓고 움직이는데 나는 1초 뒤에 계획도 세우지 않을 때가 많다. 자전거를 타면서도 백일몽에 빠져 몽상 속에서 허우적대다 가끔씩 현실을 마주한다. 오늘 이러한 내 성향이 이토록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줄은 예상 못했다.

국경 스캠의 위험성을 간과했다. 캄보디아 같은 후진국 국경을 넘을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때까지 운좋게도 별 다른 문제가 없이 국경을 넘어다녀서 크게 방심했다. 총 세번 여권 검사를 했다. 첫 번 째 검사 때, 5$를 요구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경우 나 시간 많다 배째라 하고 개기면 그냥 들여보내준다고 하는데 사전 조사가 부족했다. 5$ 지폐가 없어서 10$를 줬는데 거스름돈을 좀 덜 돌려받았다.(거스름돈은 베트남 돈으로 받았다.)

2차 관문에서 또 5$를 달란다. 여긴 캄보디아 검문관이다. 달러 잔돈이 없고, 캄보디아 잔돈으로 주려고 돈을 셌는데 (5$=20,000리엘) 잔돈이 14,000리엘 뿐이다. 사실 여기서 노머니 노머니 외쳤어도 그냥 들여보내주는건데 바보 같이 나는 호랑이 앞에서 고기를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 셈이었다. 검문관이 이거면 된다고 14,000리엘을 강제로 빼앗아갔다. 멍청한 나는 여기서도 5$보다 덜 줬다며 좋아했다. 내일 아침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검문관이 14,000리엘을 빼앗아가는 동시에 화려한 손놀림으로 내 지갑 안에 50,000리엘(한국돈 18,000원) 지폐를 훔쳐갔었다. 이 사실을 알고 화가 얼마나 났는지, 분해서 자전거 타기도 싫었다.

베트남 국경으로 건너와서도 문제였다. 정말 아-무 준비도 없이 국경을 넘었던 터라, 국경을 넘자마자 인터넷이 끊기고 가진 돈이라곤 아까 5$를 주면서 거슬러받은 돈 조금 뿐이다. 나는 당연 국경 마을엔 유심을 파는 곳과 환전소가 많을 줄 알았는데 나는 한 곳도 보지 못했다. 큰 길로 직진만이 답이라 생각하고 계속 직진하다가 어느 가게에 도착해서 와이파이를 좀 빌려썼다. 대강의 마을의 위치를 파악하고(이미 4시가 넘었다.) 오늘은 길바닥에 캠핑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가까운 도시에 도착.

길에 아저씨에게 근처에 캠핑할 수 있는 곳이 있냐고 물어보니 갑자기 오토바이를 타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한 허름한 모텔에 도착했다. 돈은 내일 주기로 하고, 다행히도 이 곳에 묵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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