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 캠핑의 기술 (feat. 이슬점과 시민박명)

[캠핑] #02

노지 캠핑의 기술 (feat. 이슬점과 시민박명)

이전 글에서 텐트를 칠 위치를 선정하는 방법을 소개했다면 이번 글은 실전 캠핑 추가 팁이다..


위치를 선정했다면 아래와 같은 점도 고려해 보는 게 좋다. 캠핑장에서 잘 때와 와일드캠핑을 할 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다.

이슬점 온도(Dew Point)를 반드시 확인하자.

  • 아침에 텐트가 축축하게 젖으면 곤란하다. 텐트를 말리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냥 출발하자니 텐트가 걱정된다.
  • 아침에 내 텐트 플라이에 이슬이 맺힐지 안 맺힐지 여부(젖을지 안 젖을 지)는 핸드폰 날씨어플을 보면된다. (이슬이라고 하니까 텐트에 촉촉한 물방울이 몇 개 매달려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다. 텐트가 물에 잠긴 것처럼 푹 젖는다.)
  • 아이폰 날씨 어플에 습도 항목에 들어가 보자. 시간별로 이슬점(Dew point)의 기온이 나온다. 오늘의 기온이 이슬점 온도보다 낮아지면 텐트에 이슬이 맺힌다.
    • 근처에 개울이 있거나 습한 숲에 있다면 이슬점 온도가 예보값보다 높아질 수 있다. 날씨 어플 상으로는 5°C가 이슬점이었는데 실제로는 8°C에도 이슬이 맺힐 수 있다
  • 맑은 날에 이슬이 잘 맺힌다. 맑은 날은 밤에 지면과 물체가 우주로 열을 그대로 방출해 빠르게 식고, 그 결과 표면 온도가 이슬점 이하로 떨어지기 쉽다. 구름은 이불과 같은 효과를 준다고 생각하면 쉽다. 구름이 지표면을 덮어놓으면 일교차도 거의 없다. 흐린 날 아침에 텐트가 의외로 뽀송뽀송하다.
  • 이슬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빨래 때문이다. 기껏 빨래를 깨끗이 하고 잘 널어놨는데 이슬 때문에 아침에 빨래가 다시 젖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텐트 안에 빨래를 널고 텐트 벤틸레이션을 잘 해야 한다.
  • 이슬점이 영하로 내려가면 이슬점이 아니라 서리점이라 한다.

캠핑장이 아닌 곳, 노지 캠핑 팁

일몰 시간을 확인하자.

  • 나는 남미 파타고니아나 중앙아시아 파미르고원 같은 완전한 대자연 속에서 여행한 적은 없다. 대부분 근처에 사람이 사는 마을이나 도시가 있는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는 텐트를 치는 시간대가 꽤 중요할 수 있다.
  • 사람이 종종 다니는 곳에 텐트를 칠 때는 일몰 시간에 맞추어서 텐트를 치는 게 좋다. 너무 밝은 대낮에 텐트를 치면 누군가 신고해서 경찰이 출동할 수 있다. 어두운 시간에 쫓겨나버리면 갈 데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다.
  • 일몰 시간과 일출 시간은 핸드폰 날씨 앱에 잘 나온다. 가민 같은 시계가 있으면 더 좋다.
  • 일몰시간이 6시라면 30분까지는 랜턴 없이 주위를 잘 분간할 수 있는 약 30분의 보너스 시간, 시민박명(Civil Twilight) 시간이 주어진다. 이때는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라 멀리 있는 물체는 선명하게 안 보인다. 이때가 텐트를 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재빨리 텐트를 치자.
태국 치앙라이 가는 길.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텐트를 치면 마음이 편하다. 새벽까지 울려대는 대형 앰프 소리 때문에 숙면은 취하지 못했다.

와일드캠핑을 하는 곳에 다른 사람이 함께 있다면, 그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좋다.

  • 내가 잘 때 해코지를 할 사람인지, 내 물건을 훔쳐 갈 사람인지 구분해야 한다. 대화를 몇 마디 나눠보면 감이 온다. 이탈리아에서는 내가 텐트를 칠 놀이터에 불량소년들이 나타나길래 재빨리 자리를 떴다.
  • 프랑스에서 와일드캠핑을 할 때 내 또래 스위스 남자 둘이 내 사이트 근처에서 캠낚을 하고있었다. 그들과 맥주와 소시지를 먹으면서 안면을 좀 트니, 잘 때 마음이 훨씬 편했다.

자전거 도난

  • 내 경우에는 자전거가 흔들리면 큰 소리가 나는 알람 기계를 자전거 안에 넣고 있어서 비교적 안심했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전거와 텐트를 줄로 묶어두는 것이 좋다.

텐트 위나 주변에 재귀반사(Retroreflection)가 되는 무언가를 설치해두면 좋다.

  • 다른 사람과 의견이 갈리는 지점일 수도 있다. 와일드캠핑의 다른 이름은 스텔스캠핑, 다시 말해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캠핑을 하는 것이다. 빛을 받으면 빛을 다시 반사해서 내 텐트 위치가 쉽게 노출이 되는 재귀반사를 설치하는 게 의아할 수도 있다.
  • 하지만 나는 차가 무서웠다. 차가 아예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면 안심하고 자겠지만 차가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선 짙은 녹색의 내 텐트 플라이가 독이 될 수도 있다. 내 텐트를 못 보고 그냥 밟고 지나가면 어쩌나.
  • 나는 그런 곳에서 잘 때는 텐트 위에 형광 물체를 걸어두고 자전거와 의자로 내 텐트 앞을 가로막았다. 혹시라도 차가 돌진하면 자전거를 먼저 부러뜨리면서 멈추겠지.

두려움은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 와일드캠핑을 하게 되는 지역은 대체로 나에게 완전히 생소한 곳이다.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 기후, 식생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곳이 많다. 그래도 사람은 인지상정이라는 게 있어서 어떻게든 공통점을 찾을 수 있기 마련인데 동물은 진짜 미지의 영역이다.
  • 사람 하나 없는 숲이나 들판에서 자면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다. 평소 같았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작은 풀벌레 소리 하나, 수풀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라도 나면 심장이 쿵 내려앉을 때도 있다.
  • 간이 부은 사람들은 대부분 진작에 인류 진화 과정에서 멸종했으리라. 그래서 나 같은 쫄보만 살아남았나보다 인정하고 누워있으면 어느새 잠이 든다.
스위스에서 노지캠핑. 이 나라는 야생에 혼자 자는 거보다 캠핑장 비용이 더 두렵다.
그리스 어느 들판에서 노지캠핑. 유독 이날 심장이 두근대서 잠을 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