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시 텐트를 어디에 칠까
[캠핑] #01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숙박을 해결한다. 짧은 여행일 경우 숙소를 잡으며 며칠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 저렴한 캠핑장을 이용하거나 때론 캠핑장이 아닌 곳에 텐트를 치고 잘 일이 생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8개월간의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얻은 나름의 소소한 캠핑 노하우를 여기 적어볼까 한다.
유료 캠핑장: 가장 안전한 선택지
당연히 가장 안전한 방법은 유료 캠핑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캠핑장 위치를 찾기 위해선 구글맵도 좋고(우리나라에선 당연히 네이버맵이나 카카오맵) 그 나라에서 많이 쓰는 캠핑장 위치를 표시해주는 앱도 좋다. 나는 뉴질랜드에선 CamperMate, 유럽에선 Park4Night라는 앱을 사용했다. 유/무료 여부, 가격, 시설, 텐트설치가능유무(차박만 할 수 있는 곳도 많다.)를 알려줘서 유용했다.
나는 애매한 경우에는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앱에 표시된 가격과 실제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여행자는 작은 텐트를 들고 다니기 때문에 사람이 가득 차서 "We're fully booked, sorry."라는 말을 들을 일이 거의 없다. 나는 단 한 번도 예약이 마감됐다고 나를 돌려보내는 캠핑장을 보지 못했다. (한쪽 구석이라도 반드시 내 텐트를 칠 곳이 있다.) 하지만 종종 시즌제로 운영하는 캠핑장들이 있는데 이건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번은 오스트리아 Grossglockner 앞에 있는 캠핑장에 도착했는데 일주일 뒤에 문을 연다는 팻말을 보고 먼 길을 다시 돌아간 경험이 있다. 또 오스트리아에서 해가 지기 한 시간 전에 도착한 캠핑장도 영업을 아직 시작 안 했다며 야박하게 나를 돌려보냈었다. 하필 그때 라이트도 없어서 죽음의 위협을 느끼며 어두운 날 차도를 달린 기억이 있다.

주로 알프스산 근처나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 근처 캠핑장같이 특정 계절에 수요가 폭발하는 곳이 이런 경향을 보인다.
텐트칠 위치 정하기
캠핑장을 찾았으면 텐트를 쳐야한다. 텐트 구역을 설정해 주는 곳도 있지만 정해진 곳 안에서 아무 데나 텐트를 치라고 하는 곳도 있다. 내가 텐트를 칠 위치를 고르는 기준이 몇 가지 있다.
많은 사람들은 대게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텐트를 치려고 한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자들은 아름다운 풍경은 라이딩을 하면서 실컷 즐겼기 때문에 아름다운 풍경의 여부는 내가 고려해야 할 요소 중 많이 하단에 위치한다. (사진 찍기 좋은 위치는 사실 나도 탐이 난다.) 푹 쉴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 화장실의 위치: 너무 가까워도 안되고 너무 멀어도 불편하다.
- 해가 어디서 뜨는지의 여부.
- 의외로 이 점이 중요하다. 해가 뜨는 방향은 ChatGPT나 구글 제미나이에다가 내가 있는 지역의 내일 아침 해가 뜨는 방위각을 알려달라 하면 된다. 만약 인터넷이 안된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 해는 당연히 동쪽에서 뜬다. 우리가 사는 북반구(아시아, 유럽)에서는 여름에는 북동쪽에서 뜨고 겨울에는 남동쪽에서 뜬다. 봄과 가을에는 정확히 동쪽 방향에 가깝다.
- 무더운 날, 해가 일찍 뜨는 날에는 해가 뜨는 방향에 언덕이나 나무를 배치시켜 해를 막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텐트 안은 새벽부터 달궈져서 원치 않게 일찍 일어나게 된다. 더운 날엔 이슬도, 결로도 없다.
- 날씨가 추운 날에는 해를 최대한 많이, 일찍부터 받는 게 좋다. 가을, 겨울이 되면서 해가 뜨는 시간이 늦어진다. 텐트를 말리기 위해선 햇빛이 최고다. 제대로 안 말리면 곰팡이가 슬고 텐트 수명이 깎인다.
- 자전거 여행자는 일반적으로 아침에 출발한다. 오토캠퍼들은 텐트의 습기를 충분히 말리고 여유롭게 집에 가면 되는데 자전거 여행자는 그 정도의 여유는 없다.
- 일교차가 심한 날에는 텐트 플라이에 아침 이슬이 내려 축축하게 젖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날에는 텐트 내부에 결로도 심할 확률이 높다. 텐트를 말리는데 2시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 의외로 이 점이 중요하다. 해가 뜨는 방향은 ChatGPT나 구글 제미나이에다가 내가 있는 지역의 내일 아침 해가 뜨는 방위각을 알려달라 하면 된다. 만약 인터넷이 안된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 바람의 방향과 세기
- 지형지물을 잘 활용해서 바람을 막자. 텐트 밖과 안의 바람 체감은 진짜 다르다. 의외로 바깥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구나 할 수 있는데 텐트 안은 공포 그 자체일 수가 있다. 뉴질랜드에서 극심한 해풍 때문에 다 설치된 텐트를 철수하고 텐트 위치를 옮긴 적이 있다.
- 참고로 바닷가 근처에서 텐트를 치려면 해풍이 분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바다와 육지의 비열 차이 때문에 오후에 바닷가에서 육지로 바람이 강하게 불고 해가지고 나면 잔잔해지는 경향이 있다.

- 단체 손님들은 주변은 피하자.
- 밤늦게까지 시끄러울 확률이 높다. 난 알바니아에서 내 텐트 바로 옆에 사람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서 정중하게 다른 테이블로 이동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 나무 바로 밑은 신중히.
- 비가 올 땐 나무 바로 밑만 한 위치가 또 없다. 하지만 소나무 같은 경우는 송진이 텐트에 떨어지면 세척이 매우 어렵다. 새똥은 절대로 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 텐트 청결은 우선순위에서 매우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 비 오는 날에는 약간 높은 곳에 텐트를 치자.
- 상식이다. 빗물이 고이지 않을 곳에 텐트를 쳐야 한다.
- 완벽한 평지는 없다. 그래도 최대한 평지를 찾자.
- 경사가 약간 있다면 머리가 약간 위로 향하게 하는 게 좋다. 매트 밑에 옷과 같이 부피가 있는 물건을 넣어서 수평을 맞추면 편하다.
- 경사가 심하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경사면을 따라서 눕는 게 아니라 경사면과 90° 각을 이루게 눕는 것이다. 그 밑에 부피가 있는 물건을 끼워 넣자.

반드시 내가 가는 길에 캠핑장이 있다는 보장은 없다. 장기 자전거 여행자는 어쩔 수 없이, 혹은 비용 때문에 캠핑장이 아닌, 공식적으로 허가되지 않은 곳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