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이 안되는 경적소리와 베트남인의 경계심
[동남아 자전거 여행] #43 베트남 2025.02.20 - 21 호치민을 탈출해서 바다 쪽으로 향한다. 판티엣으로 가는 길에 본 작은 마을들
2025.02.20
오늘은 호치민을 벗어나는 날이다. 짐을 싸고 아침 일찍 근처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출발했다. 수많은 오토바이를 뚫고 달려 가는데 도시를 조금 벗어나서 호치민 시내를 바라보니 확실히 높은 고층이 가득 들어서 있는 대형 도시가 맞다.


계획은 바닷마을 판티엣(이틀거리)로 가서 나트랑, 꾸이년, 호이안, 다낭, 후에, 빈 등을 거치고 하노이까지 올라갈 계획이다. 다낭 쯤에서 라오스로 비자런을 한번 하고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나트랑, 다낭, 하노이 같은 큰 도시에서 며칠 씩 묵을 수 있을만큼 충분한 시간이 된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긴 도로이고 해안선 근처로 길게 자동차용 고속도로와 해안선 도로가 나 있는데 베트남 여행을 여러번 한 한국인 여행자 아저씨 말로는 자전거가 갈 수 있는 해안선 도로조차도 차 통행량이 많아서 자전거를 타기 그리 수월하진 않다고 한다.
베트남 도로에서 가장 거슬리는 것은 바로 차와 오토바이의 경적소리다. 한국이 위험한 상황이나 보복용으로 경적을 울리는 것과는 달리 이 곳 사람들은 ‘내가 여기있다.’라는 개념으로 경적을 울리는 것 같다. 경적 소리도 베트남어의 목소리 톤 같이 음이 높고 가볍다. 처음엔 너무 기분이 나빴다. 잠을 제대로 못자거나 배가 고픈 상황에서는 특히 더. 어떤 차는 하도 경적을 울려대길래 뭐가 그렇게 화가 나있나 싶어서 쳐다보니 아무런 표정의 변화없이 그냥 경적만 기계적으로 눌러대고 있었다.
어떤 도로는 태국만큼 갓길이 나있어서 자전거 타기 위험하지 않은 반면 어떤 도로는 우리나라 도로와 비슷하게 갓길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뒤에서 큰 차가 오면 위험하다. 이런 경우에는 약간 우회하더라도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조금 더 안전한 길을 택하는게 낫다. 다행인건 이 나라의 개들은 아주 온순해서 태국 처럼 시골길로 들어가도 위협이 될 만한 요소가 없다는 점이다.



"많이 주세요!" 하면 진짜 많이 준다.
2025.02.21
이튿날 바닷가 마을로 출발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산지가 많다. 해안가 길은 그나마 평탄한 편이라서 대부분의 자전거 여행자들이 해안가로 달린다. 구글 지도를 보니 판티엣 도시 옆 해안가 쪽에 캠핑장이 있다고 나온다. 그곳이 오늘의 목적지이다.



오랜만이야 바다야.
바닷가로 들어선다. 뉴질랜드 이후로 바다를 처음보니까 바다를 본 지 꽤나 오래 되었다. 내가 찾는 캠핑장이 보이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따라오라며 근처에 있는 숙소로 안내해준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컨디션도 괜찮아서 그 곳에 머물기로 했다. 싼 가격에 밥도 먹었다.
바로 앞에 학교가 있어서 초등학생~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많았다. 모든 나라가 자신들만의 문화가 있고 인접한 국가와 조금씩 다르다. 나는 여태껏 ‘국민성’과 같은 뭉뚱그리는 말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었는데 여행을 하면서 느낀건, 개개인이 아닌 그 나라 사람들 전체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특히 공통점이 아닌 차이점은 그 나라 안에 있을 땐 잘 느끼지 못하는데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할 때 특히 잘 들어난다.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너무 저개발 국가이고, 국가로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별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태국이나 베트남만큼의 인상은 없었다.
베트남은 중진국 언저리에 있는 국가에 관광이 발달해 있는 나라라서 태국과 자연스레 비교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상하게도 베트남 사람에 대해 평가를 내릴 떈 베트남 사람의 인상보다 태국인에 대한 인상이 내 내면에 먼저 떠오르게 되는데, 태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이 너무 강해서 상대적으로 베트남인에 대한 평가가 박해질 수 밖에 없다.
내 기준으로는, 친절함과 미소, 여행의 편안함 면에서 태국이 인도차이나 반도 4개국 중 최고다. 베트남인들은 수줍음이 많은건지 경계심이 강한건지 처음 본 여행자에게 마음을 쉽사리 내주지 않는다. 이 곳 카페에 해가 지고도 한참을 앉아있었는데 동네 아이들, 동네 어른들 너나 할 것 없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데 나는 그들 한가운데 앉아서 마치 야생동물 다큐멘터리 카메라맨 처럼, 그들의 생태에 직접적인 개입을 절대로 하면 안되는 철칙이 있는 사람처럼, 철저히 분리된 채 그 공간에 존재했다. 기이한 경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