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서 내리고 호치민의 보도를 걷다

[동남아 자전거 여행] #42 베트남 2025.02.17 - 19 호치민에서 보낸 3일간의 기록

자전거에서 내리고 호치민의 보도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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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7-19

동남아의 대도시 모두 자전거나 보행자 친화적인 도시가 아니다. 걸을 수 있는 보도블럭도 제대로 깔려있지 않아서 기본적으로 차나 오토바이를 중심인 도시다. 하지만 태국, 캄보디아의 대도시보다는 여기가 훨씬 걷기 편했다. 다른 사람에겐 모르겠지만 오토바이는 차보다 덜 위협적이고, 오토바이 주행자들의 스타일이 아주 유동적이라서 내가 걸어가면 알아서들 잘 피해간다. 눈 감고 걸어도 ‘믿음’만 있다면 문제없이 300m를 걸어갈 수 있을지도?

이틀 더 묵기로 마음먹었다. 앞서 말한 걷기편하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값싼 물가도 내 결정에 큰 몫을 차지했다. 어차피 베트남에 있어야할 시간도 충분하니까 중간 중간에 며칠 쉬면서 가도 상관없다.

나는 여행가서 도시탐방, 박물관가기 같은 전형적인 투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역사를 좋아하지만 차라리 그 시간에 서점에 들러서 그 나라의 역사에 대한 책을 읽거나 카페에서 역사 유튜브를 보는게 더 재미있다. 관광객이 바글거리는 장소에 대한 본능적인 반감이 있다. 일전에 라오스에서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를 만났을 때, 그분 말씀이 ‘나는 선천적으로 반골기질이 있어서 자전거 여행을 한다.’라고 했었다. 나도 그와 비슷한 듯 하다. 겉으로는 유하게 섞여들지만 마음 속에는 언제나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다.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은 로마 카톨릭 교회의 성인 추대 제도에서 유래했다. 악마의 변호인은 집단적 사고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구성원 중에서 일부러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 같은건데 이것이 내 근간을 이루는 성격 특성 중 하나이다.

나흘간 근처 산책을 하고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펍에가서 맥주를 한잔하며 보냈다. 유니클로에 가서 티셔츠도 하나 사고 스케쳐스에 가서 운동화도 하나 샀다. 기존에 샌들은 뒷꿈치를 두번이나 수선했고 밑창도 벌써 많이 달아서 그냥 슬리퍼용으로 쓸 생각이다.

호치민은 district 1,2,3,4,5 등으로 번호를 매겨서 동네를 구분한다. 내가 있었던 곳은 가장 번화한 도시인 district 1이다. district 7에는 한국인들이 모여서 사는 동네가 있는데 한국으로 택배를 부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한번 들렀다. 몸에 딱 붙는 자전거 옷을 한국으로 보내버리고 앞으로는 일상적인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탈 계획이다. District 7에 있는 모든 가게에 한국 간판이 붙어있었다. 택배 직원들도 한국어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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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저

우리나라 기업이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상상이상이라고 한다. 베트남 전체 GPD의 수십프로를 한국 기업이 담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덕인지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서 더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다.

동남아 대도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은(우리나라도 비슷한데 내가 의식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유흥과 퇴폐업소가 과도하게 발달했다는 것이다. 도시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공간이다. 값싼 동남아에서 유흥을 즐기려는 전세계인들의 욕망이 동남아 대도시에 그대로 녹아있다. 게다가 내가 아는 바로는 불교는 사회개혁보다는 개인의 내면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사회적 현상이 그렇든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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