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의 꽃: 웜샤워(Warmshower) | 사용법과 경험담

자전거 여행의 꽃: 웜샤워(Warmshower) | 사용법과 경험담
Photo by Yoav Aziz / Unsplash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던 날, 그 사이 피레네 산맥 부근에 작은 마을.
텐트를 칠 만한 작은 공터가 보이길래, 마침 집 마당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프랑스인 아저씨에게 여기 텐트를 쳐도 되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흔쾌히 된다고 수락하면서 나에게 자전거 여행자냐고 질문했다. 그렇다라고 하니 본인 집에 남는 방이 있다고 거기서 자라고 하셨다. 본인도 과거에 자전거로 여행을 많이 했고 현재 웜샤워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그 날은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하고 저녁도 얻어먹고 침대에서 자는 호사를 누렸다. 다음날 아침밥과 커피까지 얻어먹고 나서 밖으로 나선 기억이 있다.


웜샤워(Warmshowers):
신뢰로 엮인 자전거 여행자들의 환대 네트워크

웜샤워(Warmshowers.org)는 전 세계 자전거 여행자들과 그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자 하는 호스트들을 연결하는 비영리 국제 커뮤니티. 1993년에 시작된 이 네트워크는 현재 전 세계 160개국 이상에서 수십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자전거 여행자들만의 독보적인 플랫폼이다.

상호 호혜적 숙박 플랫폼

특수성: 일반 여행자가 아닌, 오직 자전거 여행자(Touring Cyclists)만을 대상으로 한다.

비영리성: 숙박에 대한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거나 지불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운영 방식: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호스트의 위치, 제공 가능한 시설(샤워, 침대, 텐트 사이트, 세탁 등)을 확인하고 직접 연락하여 매칭되는 구조

호스트와 게스트의 순환 시스템

교차적 멤버십: 웜샤워의 가장 큰 특징은 '오늘의 게스트가 내일의 호스트가 된다'는 철학. 길 위에서 환대를 경험한 여행자가 집에 돌아가 자신의 공간을 내어줌으로써 네트워크가 유지된다.

자발적 참여: 호스트는 반드시 숙소를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으며, 자신의 상황에 맞춰 수락 여부를 결정한다.

자전거라는 공통분모가 만든 '신뢰 자본'

자전거 여행이라는 고된 과정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깊은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다. 호스트는 대개 과거에 장거리 여행을 했던 선배 여행자인 경우가 많고 현지인이기에, 게스트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정비, 영양 보충, 경로 조언)을 제공한다.

문화 교류: 단순한 '무료 잠자리'를 넘어, 현지인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서로의 문화와 여행기를 나누는 인적 교류가 핵심 가치.


사용법

웹사이트와 어플을 사용할 수 있다. 웹사이트 기반으로 만들어진 플랫폼이라서 웹사이트로 접속하는 것이 훨씬 쾌적하다. 게다가 어플로 이용하려면 구독료를 지불해야한다.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Warmshowers - a Global Community of Touring Cyclists
Join Warmshowers, a global community of cycle tourists. Tour. Host. Support.
서울의 웜샤워 호스트. 꽤 많다.
동남아는 확실히 적다. 저 중에 많은 사람이 로컬이 아니고 서양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서유럽에는 모든 마을 마을 웜샤워 호스트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너무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돈을 쓰지 않고 여행을 할 수도 있다.

메세지 보내기

내 진행방향의 웜샤워 호스트를 미리 확인한다.

그리고 메세지를 보내면 된다.

약속을 잡고 그 집으로 향하면 된다.

나의 경우는 보통 3일 뒤에 내가 향할 곳을 스스로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루나 이틀 전에 메세지를 보내서 허락을 받았다. 메세지를 일찍 보낼수록 웜샤워 호스트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호스트가 부담이 적다.

리뷰시스템

초면인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이때 과거의 다른 여행자들이 남긴 리뷰는 그 사람의 '평판'을 증명해준다. 서로 믿을만한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

쌩판 모르는 남을 자신의 집 안으로 들여서 잠자리를 내어주고 음식을 대접하는 용기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웜샤워에 대해서 지인들에게 얘기해줄 때 마다 약간의 의문스런 반응이 돌아왔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어떻게 그래? 그 사람들은 안무섭대? 등등) 자전거 여행자 입장에선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었는데 말이다. 뭔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커뮤니티 개념이라서 항상 장황하게 설명해야했다. 세상이 이토록 따뜻하다는 사실을 쉽게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대접을 받았으면 꼭 리뷰를 남기자.


내 경험담

웜샤워 호스트들의 환대를 몇 번만 받아보면 인류애가 풀충전되는 경험을 넘어서서 인간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의 틀이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나의 경우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전거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다. 자전거는 차보다는 느리고 걷는 것보다는 빠른, 딱 적당한 속도로 현지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침투해볼 수 있는 완벽한 여행 수단이다.

특히 웜샤워는 현지인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마무리

여행 중 만난 어떤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 아저씨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웜샤워 너무 많이 이용하지 마세요. 그 업보를 어떻게 다 갚으려구요?"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싶다. 내가 입은 호혜를 다시 길 위의 여행자에게 나눠주면 된다. 그것이 안된다면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나눠주면 된다. 그저 감사함으로 받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
모든 이방인(Strangers)과 거지(Beggars)는 제우스로부터 오느니라. 그러니 작은 선물(Gift)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소중한 것이니라.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
- 히브리서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