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착오가 불러온 완벽한 크리스마스 이브: 영국식 스테이크와 태국어 미사를 곁들인.

[동남아 자전거 여행] #11 태국 2024.12.24 핏사눌룩의 웜샤워 호스트 Mark씨네 가족과 그의 친구와 함께한 크리스마스 만찬. 성 니콜라스 성당에 방문해서 미사도 드렸다.

일정 착오가 불러온 완벽한 크리스마스 이브: 영국식 스테이크와 태국어 미사를 곁들인.

2024.12.24

오늘 아침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오늘인줄 알았던 크리스마스 파티가 내일 오후에 있다고 한다. 아마 며칠 전 내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고 들었을 때 당연히 오늘이거니 하고 넘겨짚은 모양이다. 치앙마이로 빨리 가서 치앙마이에서 최대한 쉬고 싶었기에 25일까지 여기에 머물지는 못하겠다.

호스트 Mark의 아내 Mink 씨가 오늘도 학원 크리스마스 행사가 있는데 올거냐고 물었다. 도대체 저 학원에는 학생이 몇 명이나 있는거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한다는데 당연히 할 거 없는 나는 간다고 했다. 그냥 인사치레로 말한 거 일텐데 간다고 하니 좀 당황하셨을 수도 있겠다.

그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어제 갔던 카페에 가서 책을 좀 읽었다. 간만에 카페에서 책을 읽으니 얼마나 기분이 상쾌하던지, 종이책이 몇권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근처에 서점이 있는데 혹시나 한국책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보았으나 당연히 없다. 저번에도 Mink 씨에게 음식을 얻어먹고 오늘도 얻어먹을 예정이라 아무래도 선물이라도 좀 사가야겠다 싶어 근처를 배회했다.

​우리나라처럼 잘 포장된 과일박스를 찾았으나 여기서는 그런걸 찾기가 쉽지 않다. 약국에 들러 종합비타민이라도 사갈까 했지만 내 예산 내에서는 크기가 너무 작고, 아니면 너무 비싸다. 세븐 일레븐에 가면 뭐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가보았는데 뭔가 적당한 크기와 무게를 가지고 가격도 알맞은 건강음식 두 세트를 구매했다.(태국은 세븐 일레븐 왕국이다.)

가는 길에 성당이 있길래 혹시 크리스마스 미사가 몇 시냐고 물으니 오늘 저녁 8시에 시작한다고 한다. 그 때 오기로 신부님과 약속하고 Mark네 집으로 향했다. 오늘도 이틀 전에 하는 것과 똑같은 게임이 진행되고 나는 전과 똑같이 과자와 먹을 것을 축낸다.

6시에 아이들이 집에 가니 Mark의 친구 영국인 Richard씨가 오늘 요리를 해주신다고 한다. Richard씨는 영국 영화에서 보던, 남부 억양이 강하게 묻어 있는 영어를 쓴다. 어바웃 타임에 주인공 삼촌으로 등장한 사람의 말투와 느낌이다. 아무튼 오늘의 요리는 연어와 소고기, 으꺤 감자와 샐러드. 같이 게임도 하며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이브를 보냈다.


성 니콜라스 성당 미사 시간에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성당 안 의자에 사람들이 가득차서 보조 의자까지 동원해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 태국은 기독교 인구가 1% 정도가 된다는데 가톨릭이 개신교보다 많다고 한다. 성상이나 향과 같은 상징물들에 익숙한 태국인들에게는 아무래도 가톨릭이 조금 더 친근하기 때문일까?

한시간 가량의 미사 중 내가 아는 단어는 딱 ‘아멘’하나였는데 그마저도 딱 한번밖에 못 들었다. 다른 사람 일어나면 일어나고 앉으면 앉고 하다보니 어느새 끝이 났다. 내가 모르는 찬송가는 전부 태국어로 불렀는데 특이한게 여기서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태국어로 번역하지 않고 영어 원어 그대로 부른다는 것이다.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