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바르셀로나로: 뽁뽁이 사러 갔다가 베트남 사위 될 뻔한 사연

[동남아 자전거 여행] #53 베트남 2025.04.01 - 04 하노이에서 자전거 박스를 포장하고 스페인으로 날아간다.

하노이에서 바르셀로나로: 뽁뽁이 사러 갔다가 베트남 사위 될 뻔한 사연

2025.04.01

아침 일찍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도착해서 예약한 숙소로 향했다. 오토바이가 끔찍히도 많다. 어떻게 뚫고 가라는건지 나 원 참.

오늘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자동차 한 대가 젊은 여자의 오토바이를 뒤에서 살짝 받았다. 여자는 당연히 항의했지만 차 운전자는 코를 파며 심드렁한 눈빛으로 먼 산을 본다. 우리나라 같으면 당연히 경찰을 부르고 보험사를 불렀겠지만, 오토바이와 차가 꽉꽉 들어차있는 이 곳, 하노이 출근길에선 그게 불가능하다. 여자는 화내다가 초록불이 되니까 그냥 자기 갈 길을 갔다.

체크인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자전거를 고치는데 웬 아저씨가 희한한 담배를 피길래 구경하다 나도 한모금 빨았다. 엄청나게 강한 연기가 내 폐속을 파고드는데 머리가 핑 돌면서 기침을 마구했다. 베트남 전통 물담배 (thuốc lào)라는데 일반 담배보다 니코틴 함량이 매우 높다고 한다.

4월 4일날 에어차이나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향할 예정이다. 수하물에 관한 규정을 다 뒤져봤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직접 에어차이나 사무실로 가서 수하물에 관한 규정을 물어보고 확답을 얻었다.

여행 시작할 때 인천공항에서 중국동방항공을 타고 갔는데 중간에 말이 바뀌어서 추가 요금을 냈었다. 그 때 한번 당한 이후로 중국 항공사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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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2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기 위한 포장에 신경쓸 때다. 이게 자전거 여행의 최대 난관이다. 자전거를 실기 위해선 항공사 규정에 따라 크기와 무게를 맞춰야한다. 내 자전거는 카본이다보니 크랙이 생기면 부러지기 쉬운데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뽁뽁이로 몸체를 잘 감싸주어야 한다.

뽁뽁이를 어디서 구할까. 뉴질랜드에서는 공항 근처 Warehouse에서 뽁뽁이를 사서 공항으로 싣고 간 후에,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서 박스를 구입해서 공항 앞에서 자전거를 포장했었다.

하지만 그건 뉴질랜드 같은 아웃도어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고 개발도상국의 공항은 이야기가 다르다.

공항은 소음 때문에 도시와 조금 거리가 있는 편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자들은 도시에서 자전거를 포장하고 벤처럼 큰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 다행히 동남아는 택시비가 별로 비싸지 않아서 금액적인 부분에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여행비를 극도로 아끼는 여행자는 박스를 몸에 묶고 공항으로 직접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한다.)

Shopee라는 베트남 쇼핑앱을 통해 뽁뽁이를 사려고 했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다. 그래서 나는 직접 시장을 돌아봤다. 결론적으론 시장에서 뽁뽁이를 발견하고 싸게 구입했다. 뽁뽁이를 판매하는 여자는 나와 동갑이었는데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주변 시장 할머니들이 자꾸 관심을 가진다. 나를 자꾸 뽁뽁이를 파는 동갑 여자와 결혼시키려고 해서 나는 재빨리 도망쳤다.

구글맵을 보고 하노이 시내에 있는 자전거 가게를 직접 돌아보면서 자전거를 포장해주는 곳을 찾았다.

잘 보면 내 후기도 있다.


2025.04.03

비행기는 4월 4일 22시 10분 출발한다. 자전거를 실어야한다는 부담 때문에 공항에 4시간 일찍 갈 생각이다.

박스 가격까지 11,000원을 내니까 4명의 젊은 남자 직원이 일사천리로 순식간에 내 자전거를 완벽하게 포장해서 박스에 넣었다. 무게를 맞춘다고 박스를 몇 번 뜯고 다시 포장했는데도 군말없이 잘 해주었다. (뉴질랜드에선 박스만 2만원이었다.)

그랩 어플로 6인승 승합차를 빌려서 공항으로 가려고 했는데(공항이 시내와 꽤 멀리 떨어져있다.) 그 자전거 가게에서 더 싼 가격에 데려다 준다길래 알겠다고 했다.

공항에 오기 전에 밥을 좀 먹을 걸 그랬다. 공항 물가는 로컬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게 비싼 수준이다. 2천원 하던 반미가 만원이 넘는다. 결국 과자로 배고픔을 버텼다.

공항에서는 딱 예상한 만큼의 추가 요금(40달러)를 내고 자전거를 비행기에 실을 수 있었다. 스페인은 우리나라와는 7시간, 베트남과는 5시간의 시차를 가진다. 우리나라가 밤 11시면 베트남, 태국은 밤 9시이고 스페인은 오후 4시이다. 개인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왼쪽으로 날아가는게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것 보다 시차적응 측면에서 훨씬 좋다. 잠에 일찍 들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잠을 참는 것이 나에게는 훨씬 쉽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밤 12시에 잠이 오는 사람이라면 스페인에선 오후 5시부터 잠이 올 것이다. 근데 아직 해가 밝기 때문에 잠은 쉽게 참을 수 있어서 몇 시간 버티다가 잠에 들면 아주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다.(좀 일찍 깨는 문제는 있다.)

기다려라 바르셀로나. 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