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 시 경구 수분 보충(ORS)의 중요성
[여행자 설사] #01
여행자 설사(Traveller’s diarrhea)란?
여행자 설사는 여행 중(또는 귀국 직후) 오염된 음식·물 섭취로 생기는 급성 설사를 말한다. 24시간 내 3회 이상 묽은 변(또는 평소보다 명확히 잦고 묽은 변)으로 정의하는 자료들이 많고, 복통·구역·구토·발열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원인 병원체는 지역/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세균성(ETEC 등) 비중이 크고, 바이러스(예: 노로바이러스), 원충(지아르디아 등)도 원인이 된다.
단순히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게 아니라 짧은 시간에 몸에서 수분과 전해질(특히 나트륨)이 빠져나간다. 더운 나라에서 이동이 많고, 땀을 많이 흘리고, 잠도 부족한 상태라면 설사를 할 때 탈수로 쉽게 몸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여행자 설사는 보통 “원인균이 뭐냐”보다 먼저 “탈수를 막을 수 있냐”가 더 중요하다.
여행자 설사에서 신경 써야할 건 '탈수'
여행자 설사는 대개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사이에 몸이 물을 잃고, 전해질을 잃고, 버틸 체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단순히 물만 마시면 물이 흡수가 안되고 몸 밖으로 그대로 빠져나가기 쉽다. 설사 중에는 장 점막이 자극을 받아서 평소처럼 물을 우리 몸으로 잘 흡수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전해질과 수분을 대장으로 분비시킨다.
억지로라도 수분을 우리 몸으로 넣어야 하는데 여기서 나오는게 바로 ORS(Oral Rehydration Solution, 경구수분보충액)
ORS는 ‘물 + 소금 + 포도당’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놓은 것
ORS(경구수분보충액)는 말 그대로 물에 소금(나트륨)과 포도당을 정해진 비율에 가깝게 섞어 만든 용액이다. 다만 적절한 비율로 정확하게 들어가는게 중요하다.
설사할 때는 물만 마시면 장에서 흡수가 잘 안 되거나 그대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ORS는 여기에 나트륨을 보충해 전해질 균형을 잡아주고, 당을 함께 넣어 장에서 수분 흡수가 더 잘 일어나도록 돕는 쪽으로 설계돼 있다. (포도당-나트륨 공동수송)
요약하면
• 물만 마심 → 흡수가 잘 안 될 수 있음
• ORS를 마심 → 장의 흡수 통로를 이용해 수분 + 전해질을 함께 회복함
포도당 + 나트륨이라 해서 파워에이드나 게토레이를 떠올릴 수 있는데 이들과는 나트륨과 당의 비율이 다르다.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ORS(경구수분보충)는 ‘약보다 먼저’인 1차 치료
여행자 설사를 다루는 국제적 권고 흐름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약부터가 아니라 수분·전해질부터다. 즉 ORS는 “보조요법”이 아니라 급성 설사에 대응할 때 가장 먼저 적용하는 1차 처치로 자리 잡아 있다.
• WHO(World Health Organization)는 설사 치료의 기본으로 ORS(깨끗한 물 + 당 + 소금 조합)를 명시한다.
• Infectious Diseases Society of America 가이드라인에서도 경증~중등도 탈수의 1차 치료는 ‘저삼투 ORS’라고 분명히 권고한다(원인이 무엇이든).
• UNICEF와 WHO의 공동 문서에서도 포도당 기반 ORS가 연령/원인과 무관하게 탈수 치료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 즉, 글로벌 관점에서 ORS는 “대체요법”이 아니라 표준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병·의원/응급실 접근이 빠르고 비용 장벽도 상대적으로 낮아서, 설사·구토로 힘들면 ORS로 천천히 보충하기보다 수액을 맞는 선택을 하기 쉽다. 그래서 ORS의 인지도가 낮은 듯 하다.
ORS를 어디서 구할까
보통은 약국에 있다. 물에 타먹는 분말 형태와 바로 마실 수 있는 액상 형태가 있다. 내가 일했던 약국들에서는 분말 형태를 파는 곳은 본 적이 없다. 액상 형태는 몇 번 봤는데 너무 비쌌다. 포도당, 나트륨 이외에 각종 비타민과 아미노산을 많이 넣어놔서 가격이 오른 듯 하다.
하지만 해외 약국에서는 비교적 쉽게 ORS 분말을 볼 수 있었다.
ORS를 직접 만든다면?
ORS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설사로 인한 탈수가 지속될 때 최선이 아닌 차선책은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다. 다만 계량의 오차가 분명히 발생하기에 완벽할 수는 없다. 당연히 계랑할 수 있는 저울이 있으면 좋겠지만 집이 아닌 곳에서 그런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대충 계량해서 만든다면 ORS는 물 1L에 소금(NaCl) 약 3.5g / 포도당 약 13.5g 정도
상세설명
이렇게 만들면
Na 약 60mmol/L
Glucose 약 75mmol/L
현재 WHO/UNICEF 저삼투 ORS의 정확한 조성은 다음과 같다. (물 1 L 기준)
• 염화나트륨(NaCl): 2.6 g
• 구연산나트륨 2수화물: 2.9 g
• 염화칼륨(KCl): 1.5 g
• 무수 포도당(anhydrous glucose): 13.5 g
→ Na 75 mmol/L, Glucose 75 mmol/L, Osmolarity 245 mOsm/L
집에서 만들 땐 정확하게 못 만든다는걸 인정해야한다.
깨끗한 물과 설탕, 소금을 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 ORS를 직접 만든다면
- 깨끗한 물 1 L
- 설탕 6 티스푼(평평하게) (설탕 27g = 포도당 13.5g + 과당 13.5g)
알룰로스 같은 대체당은 절대 안된다. - 소금 1/2 티스푼(평평하게)
이렇게 섞으면 얼추 비슷한 ORS를 만들 수 있다. (정확하진 않다.)

위 처럼 약국에 파는 식염포도당을 사용한다면?
위의 함량으로 계산해보면
물 1L에 18정을 넣으면
• NaCl: 0.2 g × 18 = 3.6 g → (정석 ORS의 소금량(약 3.5 g/L)과 거의 비슷)
• 포도당: 0.45 g × 18 = 8.1 g → (정석 ORS 포도당 13.5 g/L보다 조금 부족)
설탕을 조금 추가하면 ORS와 농도가 비슷해진다.
⚠️주의: 다만, 제품의 용도 및 용법에서는 1일 3 ~ 4회, 1회 1 ~ 2정을 복용하라고 하긴 한다.
시중에 파는 이온 음료는 어떨까?
파워에이드, 게토레이, 포카리스웨트와 같은 이온음료는 ORS에 비해 당 함량은 너무 높고 나트륨 함량은 낮다. 게다가 액상 과당이 들어있어서 장 내 삼투압을 올려 오히려 설사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과당이 100%가 아니라 설탕, 포도당도 들어있어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이 음료들을 조금 개량하면 마실 만 하다고 생각한다. (차차선책)
우선 당을 조금 희석 시켜야하니 500ml 음료라면 500ml의 물을 탄다. 그리고 소금을 조금 첨가하면 되는데 약간의 짠맛이 느껴질 정도로 소금을 소량 넣는다. 티스푼으로 2/3 ~ 3/4 정도?
추천하진 않는다.
ORS는 어떻게 마실까?
벌컥 벌컥 마시지 않고 조금씩 자주 마신다. 설사 중에는 위장도 예민해져서 한 번에 많이 마시면 오히려 구역/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
• 한 번에 많이 X
• 10 ~ 15분마다 몇 모금씩 O
• 울렁거림이 있으면 더 천천히, 더 자주 O
여행자 설사가 시작되면 초반에 ORS로 수분을 잘 보충하면, 이후 선택지가 크게 늘어난다.
“휴식으로 버틸지, 이동을 멈출지, 약을 쓸지”를 결정할 여유가 생긴다.
🚨 ORS로 버티면 안 되는 신호는 따로 있다
가벼운 여행자 설사 정도는 수분만 잘 섭취하면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아래의 증상이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에 가자.
- 혈변, 고열이 지속됨
- 물을 마셔도 계속 토함
- 어지러움/실신 느낌, 의식이 멍함
- 소변이 거의 안 나옴(반나절 이상)
- 영유아/고령자/신장·심장 등 기저질환이 있음
- 이 외에도 스스로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이 들 때
이 경우는 진료가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