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남쪽에 있어서, 캄보디아로 간다
[동남아 자전거 여행] #30 태국 2025.01.29-30 콘캔에 무사히 있는 내 자전거. 자전거를 타고 칼라신으로 그리고 로이엣으로.
2025.01.29
어제 밤 종학이가 가고나서 치앙마이에서 밤 버스를 타고(12시간) 자전거를 맡겨놓은 마을 콘캔으로 왔다. 13km 떨어진 캠핑장으로 다시 가려니 그랩 오토바이가 한참동안 잡히지 않아서 한시간 정도 걸어간 후, 큰 사거리에서 오토바이를 겨우 잡았다.
아주 다행히 자전거는 무사하고 짐을 재정비하고 자전거로 다시 올라선다. 다시 라오스로 가기 위해서 동쪽으로 90km 좀 넘게 가면 칼라신이라는 마을을 목적지로 잡았다.
앞으로의 일정이나 목적지는 일절 생각지 않은채 그냥 마냥 달렸다. 별 생각도 없이 말이다. 일주일을 넘게 친구와 함께 놀다가 다시 혼자가 되니 허우룩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마냥 패달을 밟았다. 특별할 것 없는 길. 길거리 음식, 길거리 음료수, 세븐일레븐. 슬슬 태국 라이딩이 지루해진다. 얼른 라오스로 들어가야지.
가는 길에 길거리 피자를 먹으면서 칼라신에 위치한 작은 호텔이 부킹닷컴에 13,000원 정도 가격에 올라와있기에 냅다 예약했다. 일반적으로는 현장에서 바로 결제하는게 싼데 가끔씩 할인 폭이 크면 인터넷 예약이 좀 더 싸기도 하다. 사실 이름만 호텔이지 일반 숙소와 다를 바는 없다.
숙소에 들어가 종학이가 한국에서 가져온 의자를 펴고 노트북을 열었다. 노트북 위에 개미가 자꾸 기어다니길래 처음에는 이 숙소에 개미가 많아서 내 다리를 타고 노트북으로 올라오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보니 노트북 키보드 자판 안에서 자꾸 개미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노트북 케이스에도 개미가 득실득실하다. 케이스는 물로 씻고 한마리 한마리 손으로 잡았다. 일주일 넘게 캠핑장 야외에 자전거가 방치돼있는 동안 비교적 따뜻한 노트북 안으로 개미가 잡입해 들어간 것 같다. 노트북 왼쪽 스피커에서도 뭔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 개미떼가 이것도 망가뜨린 것 같다.
침대 위에서도 노트북을 켜고 ‘오징어게임2’를 시청해서 잘 때 개미한테 온 몸이 왕창 뜯겼다. 모기는 모기 기피제를 바르면 웬만해선 물일 일이 없는데 개미는 그것과 관계없이 온 몸을 기어다니면서 마구 물어재낀다. 게다가 모기보다 더 간지럽고 아프다.



2025.01.30
어제 자기 전 루트를 좀 고민해보았다. 3월 말까지 라오스 → 캄보디아 → 베트남 호치민 → 하노이까지 가야하는데 라오스를 들러가면 3500km 정도가 된다. 크게 평균을 내보면 쉬는 날까지 포함해서 하루 평균 50km 정도를 움직이는데 그렇다면 거의 70일. 3월 말까지 하노이까지 가는게 너무 빠듯하다. 지금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으로 가는 것이 목표인데 라오스를 거쳐가면 500km, 7일 정도 더 소요된다. 지겨운 태국을 벗어나 라오스로 갈 것인가, 캄보디아로 직행할 것인가.
어젯 밤엔 결국 결정을 못하고 잠에 들었다. 아침이라고 뭐가 다를까. 여전히 결정을 못하고 있다. 오늘 당장 선택을 해야하는게, 라오스로 갈거면 동쪽으로, 캄보디아로 갈 거면 남쪽으로 향해야 한다. 호텔에서 나오긴 했는데 갈팡질팡하다가 일단은 근처 은행에서 달러로 돈을 좀 환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캄보디아로 들어가는 도착비자는 달러를 지불하는게 좀 더 싸기도 하고 캄보디아 국가 자체가 리엘과 달러를 동시에 사용한다.)
은행에 달러가 없단다. 결국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캄보디아 직행을 선택했다. 이유는 없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은행이 남쪽에 조금 더 가까워서였다. 흔히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방향만 잘 맞추면 천천히 가도 상관없다라고들 하는데 내 여행에는 적용되지 않는 말인 듯 하다. 어쩔 때는 그냥 마냥 한 쪽으로 달린 후에 도착지에서 조금 더 가까운 방향으로 루트를 정하기도 한다.
일단은 남쪽으로 향한다. 딱히 오늘 목적지는 없다. 국경과 가까운 마을에 웜샤워 호스트가 두 명 있길래 일단 쪽지를 보냈다. 그 중 한명에게 내일 와도 된다는 답장을 받았다. 100km 정도 쯤 갔을 때 근처 숙소에 무작정 들어갔다. 태국은 이렇게 여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딱 적당한 숙소(세븐 일레븐이 근처에 있다. best)를 찾아 그 곳에서 묵었다.
웜샤워 호스트 집까지 134km. 평지니까 5시 전에는 분명히 도착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호스트는 너무 멀면 중간에 자기 친구를 소개해줄테니 그 곳에서 자고 오라고 했는데 나는 최선을 다해 가겠다고 답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