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이 운영하는 콘캔 캠핑장의 밤, 고장 난 알리발 스토브

[동남아 자전거 여행] #26 태국 2025.01.18 태국의 한 사원에서 머문 다음 날, 콘캔의 한 캠핑장에 도착했다. 태국에 27년 동안 산 독일인이 운영하는 캠핑장이다.

독일인이 운영하는 콘캔 캠핑장의 밤, 고장 난 알리발 스토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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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8

친구 종학이가 21일에 치앙마이에 온다. 20일에 콘캔에서 저녁 8시 30분에 출발해서 그 다음날 아침에 치앙마이로 도착하는 버스를 탈 예정이다. 오늘 콘캔으로 갈건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자전거 보관문제.

자전거를 치앙마이에 들고가는 방법이 있고 콘캔 어디엔가 자전거를 맡겨놓고 일주일간 자리를 비우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나에게 있다. 만약 자전거를 무료로 버스에 실을 수 있다면 치앙마이로 자전거를 가지고 가서 부모님이 아시는 선교사님댁에 잠깐 자전거를 맡겨놓을까 생각을 했다.

아침이 되니 사원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좀 있다. 해가 뜨니 온동네 개들이 열려있는 사원 문으로 뛰어들어온다. 어제 스님에게 아침 일찍 떠날 거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여기서 더 오래 지체할 수는 없다. 다행히 밤사이 텐트가 축축해지지 않아서 텐트를 접고 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니 아직 공기가 차다. 익숙지 않은 감각은 마음 속 깊이 숨어있던 생각을 드러나게 하기 마련이다. 고등학교 시절 야간자율학습이 끝이나고 캄캄한 밤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던 길에 느껴지던 그 찬 공기의 감각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정표에 적혀있던 다른 도시의 이름(청도)이 내게 그토록 이국적인 감각을 선사해줬었다. 새벽이 다 되어가던 시간에, 이대로 자전거를 타고 저 곳으로 가고싶다라는 생각을 수도없이 했었지.

콘캔에 일찍 도착했다. 그곳에 큰 캠핑용품점이 두 곳이 있는데 처음 방문한 곳은 문이 닫혀있었고 두번째로 간 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의자를 팔지 않았다. 며칠 전 이 근처에 캠핑장이 있다는 걸 구글 지도로 확인한 후에 페이스북 메세지를 보내 하루에 4,200원이라는 것을 확인했었다. 대충보니 그 근처에 식당과 세븐일레븐이 없어서 다른 곳에서 밥을 먹고 저녁거리를 사들고 캠핑장으로 갔다.

주인은 독일인인데 태국에서 27년간 살았다고 한다. 태국인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백인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한 곳에서 오래살면 그 지역의 식생과 기후 때문에 외모마저 변하는 것일까? 영어를 쓰는 억양, 제스처 등이 태국인과 비슷한데 생긴 것은 묘하게 생겨서 인종이 분간이 안됐었다. 사실 내가 이런 말을 할 처지가 안되는게 어딜가나 태국인들이 나를 태국인 혹은 일본인으로 봐서 꽤나 불편하다. 관광객이 많지 않은 작은 도시로 가면 너무 당연하게 나를 태국 사람 취급하며 태국어로 말을 하는데, 분명 많은 사람들이 나의 얼빠진 반응을 보고는 귀가 먹었거나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태국에서 이런 느낌이나는 제대로 된 캠핑장은 처음 경험한다. 지난번 치앙라이에서 캠핑장을 간 적이 있지만 우리가 유일한 손님이어서 본격적인 캠핑장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여기는 우리나라 여느 캠핑장의 느낌과 똑같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술을 마시며 왁자지껄 떠들며 노는 분위기. 밤 늦게까지 시끄러울 것을 직감하고 저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간만에 한국라면을 먹으려고 편의점에 파는 컵라면을 사왔다. 물을 끓이려고 스토브와 가스를 결합해서 불을 붙이려고 하는데 작동을 안한다. 가스나 스토브 둘 중에 하나 문제인데 뭐가 문제인지 몰라 근처에 있는 다른 캠퍼에게 부탁해 확인을 해보았다. 가스는 문제가 없고 스토브가 고장났다. 알리에서 사온건데 이렇게나 빨리 고장날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돈을 좀 더 주고 MSR 같은 브랜드에서 제대로 된 물건을 살 걸 그랬다. 알리에서 산 경고음이 나는 자물쇠도 처음부터 상태가 이상했다. 흔들리면 경고음을 내야하는데 이 놈도 간헐적으로 작동한다.

생존이 달린 긴 여행을 할 거면 돈을 더 주고 믿을 수 있는 브랜드에서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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