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키 살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공원, 출산율 2명의 압도적인 생명력

[동남아 자전거 여행] #52 베트남 2025.03.23 - 31

땀키 살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공원, 출산율 2명의 압도적인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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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쁜 여자(땀)를 따라 땀키로 왔다. 땀키는 관광도시가 아니라서 시내에 괜찮은 숙소가 별로 없다. 다낭에서 1-2만원의 가격에 좋은 호텔을 구할 수 있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가격은 좀 더 비싼데 시설은 더 안좋다.

#2
땀키라는 작은 마을이 이제 다낭시와 병합이 된다고 한다. 다낭은 아주 커지고 근처 다른 시들은 다낭의 일부로 편입된다고 하는데 이것을 기념하는 행사를 땀키시에서 한다기에 보러갔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 불꽃놀이를 즐긴다. 동남아 어디든 이 정도의 규모의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서양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었는데 오늘 축제에는 온통 지역사람들 뿐이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외국인은 나 혼자이다.(아무도 눈치 못챘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기본 3명 최대 5명이다.

#03
탐키 시의 공원을 산책했다. 젊은 사람들, 아기들이 바글거리기에 오늘이 어린이날 혹은 어떤 특별한 날인가 싶어서 물어보니 그냥 평범한 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였다면 허리가 꼬부라진 할아버지, 할머니들만이 나와서 걷기 운동을 할만한 시골 마을 공원에 아이들이 넘쳐나고 활기가 가득 차있다. 아기들 웃음소리, 젊은 남녀들이 어울러져 노는 소리, 발 디딜틈 없이 젊은 사람들로 가득찬 카페 야외 테이블. 이것이 아직도 출산율 약 2명을 자랑하는 베트남이란 나라다.


#04
주말에 졸리비(우리나라로 치면 롯데리아, 맥도날드)에도 주말에 부모님과 놀러온 아이들이 그득그득하다. 성인의 몸과 지능을 가지고 20년전으로 돌아가는 그런 판타지 소설 속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로 분위기가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가끔 친구 생일에 롯데리아에 갔을 때의 분위기와 똑같다.

그래, 우리나라의 과거도 이렇게 밝았었지.

#05
땀키에 있을 동안 낮 동안에는 야외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있다보면 복권파는 사람들, 구걸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다가오는데 이제껏 그들을 무시해왔다.

레비나스에 관한 책을 읽고 있을 때, 구걸하는 한 아줌마가 다가왔다. 나는 참을 수 없이 슬퍼졌고 이 사람의 가난이 전부 내 책임인 것만 같아 터져나오는 울음을 겨우 참아내면서 지갑을 꺼내 20만동(12,000원 정도)를 건넸다. 아줌마는 아주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곧이어 내 지갑에 있는 돈을 전부줘야 한다는 생각이 밀려왔고 주위를 둘러봤으나 구걸하는 아줌마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주체와 주체의 관계가 쌍방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대가를 기다리지 않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진다. 그는 내 목숨까지도 요구한다. 대가는 '그의' 문제다. 다른 사람과 나의 관계가 상호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의 종(sujetion)이다. 원래 그런 뜻으로 나는 주체 (sujet)다. 모든 게 내 책임이다(...) 모든 게 우리 탓이다. 우리 모두 앞에 있는 모든 이의 현실도 우리 탓이다. 다른 사람보다 내 탓이 더 크다. 무슨 죄(결국은 내 죄가 되는)나 잘못이 있어서라기보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책임지고, 그들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그들의 책임까지도 내 책임으로 진다.

- 에마뉘엘 레비나스, 《윤리와 무한》 (1982)

#6
베트남은 사람을 묶어두는 정주 에너지가 강하다. 태국 같은 나라는 이동자에게 열려있고 길 위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다시말해 도시와 도시 사이가 가볍게 연결된 느낌이 있다. 반면 베트남은 지역마다 생활 밀도가 높고 '우리가 살아가는 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농업이 기반이 되는 사회라서 그런가.
땅을 사랑하는 감각. 고향에 머무르려는 마음. 땅을 지키려는 악착같은 의지.
베트남이 미국으로부터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땀키에 있는 영웅적인 베트남 어머니 기념비 (Tượng đài Mẹ Việt Nam anh hù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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