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살이 #01: 게으름의 행복

[동남아 자전거 여행] #48 베트남 2025.02.28 - 03.04

다낭 살이 #01: 게으름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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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8 - 03.04

#1
다낭 생활에서 목표가 있다면 그저 책을 읽는 것. 그리고 헬스장에 가서 몸을 단련하는 것.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것. 그리고 많이 누리고 노는 것.

📚
참된 행복은 목적 없고 효용 없는 것 덕분에, 고의로 장황한 것 덕분에, 비생산적인 것, 에둘러 가는 것, 궤도를 벗어나는 것, 남아도는 것, 아무것에도 유용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종사하지 않는 아름다운 형식들과 몸짓들 덕분에 있다.
- <관조하는 삶>, 한병철 저

#2
3월 2일에는 아저씨들과 라이딩을 갔다. 클로드 아저씨는 힘들어서 도중에 돌아가고 나와 한국인 아저씨가 다낭 윗 동네로 가서 자전거를 타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돌아왔다.

랍안 호수(Đầm Lập An)라는 바다랑 이어져 있는 호수가 있는데 제법 아름답다. 약간 뉴질랜드가 떠오르는 느낌도 받았다.

다낭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려면 꽤 높은 산을 넘어야 되는데 돌아올 때는 거기서 버스를 타고 오면된다. 자전거도 실어주고 오토바이도 실어준다.

#3
매일 아침 클로드 아저씨와 똑같은 곳에서 커피를 한잔 하고, 반미를 2개 먹고, Pig gym에서 운동을 하고, 카페에 가서 책을 읽었다.


#4
클로드 아저씨는 플러팅의 귀재이다. 길에서 보는 모든 여자들에게 나이를 불문하지 않고 플러팅을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3번 결혼했고 3번 이혼했다. 치앙마이에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다. 나보고도 자꾸 시도해보라고 한다. 저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지 않냐고 반문하니 되돌아오는 대답이, 나이는 여자를 볼 때 가장 마지막으로 봐야할 요소라고 했다. 본인의 20살 첫 연애 대상은 30대 중반 여성이었다고 한다.

며칠 뒤에 클로드 아저씨의 캐나다 친구가 다낭에 놀러왔는데 이 아저씨는 더 가관이다. 남미에서 오래 살았다고 하는데 콜롬비아에 자기 여자친구가 12명이라고 한다. 상세한 묘사로 보아 거짓은 아닌 듯 하다. 남미는 도대체 어떤 동네일까?

#5: 3월 11일
다음 편에서 등장할 내 친구(이지웅)가 아파서 이 날 나는 호이안으로 놀러갔다. 클로드 아저씨와 그의 친구(이름 까먹음)와 함께 했는데 도중에 자전거를 타는 베트남 친구를 한명 만났다. 영어는 하나도 못하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제발 집에 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양 사람들의 특징이 있는데 내 눈에 하나도 아름답지 않은걸 아름답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이 사람들 눈에는 되게 이국적인가보다.

#6
베트남 관련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자꾸 보다보니 관련된 영상이 뜬다. 나는 반바오 아저씨의 톤을 꽤나 잘 따라할 수 있게 되었다.

#6
베트남어를 좀 공부하고 있는데, 내가 느낀 베트남어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주어 사용이다. 베트남어에서는 언제나 나와 너의 관계설정이 기본이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나보다 어린 여직원에게는 em ơi(에모이)! 라고 부르고 아저씨에게는 쮸어이(chú ơi!) 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우리 나라 식당에서 ‘아가씨!’ 하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와 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베트남어는 이런 면이 좀 더 강하게 부각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젊은 사람들은 영어의 ‘excuse me’와 같이 ‘저기요’와 같은 완곡한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지 않는가.

이 때문에 번역기를 사용할 때 항상 문제가 생긴다. 번역기가 나와 너의 관계를 모르니, 나와 너가 바뀌어서 번역될 때가 많다. 그래서 번역을 할 때 ChatGPT로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를 설정을 해두어야지 번역이 오류가 안난다.

내가 만약 어린 남동생과 대화하고 있다면 나는 항상 나를 ‘형이~’라고 말하고 그 친구는 ‘남동생이’라고 말을 한다. 이런 식으로 거의 모든 대화에서 언어에 서로 간의 관계가 설정되어 있다.

영어 사용에서 이런 특이한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너 이거 가지고 있어?”라고 물으면 “응 너 이거 가지고 있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 베트남어에서 이 대화에서 ‘너’와 ‘나’는 같은 주어를 사용한다.

내가 베트남인이 쓰는 영어에서 가장 거슬렸던 부분이 나를 항상 ‘You’라고 다짜고짜 부르는 것이었는데 이 점도 이와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베트남 사람 입장에서는 나를 그냥 에모이! 라고 부르는 식으로 You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7
위와 다소 이어지는 맥락이다. 베트남어는 누군가를 부를 때
• em ơi: 동생뻘, 어린 사람에게
• anh ơi: 나보다 연상 남성에게
• chú ơi: 아저씨뻘 남성에게
• chị ơi: 나보다 연상 여성에게

이렇듯 항상 어이(ơi)를 붙인다. 그제서야 이때까지 왜 사람들이 자꾸 나를 어이! 어이! 라고 기분나쁘게 불렀는지 이해가 됐다. 그 사람들은 나를 anh ơi나 em ơi로 불렀는데 앞에 말은 잘 안들리고 "어이!"만 크게 들려서 기분이 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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