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짧은 조우: 보드를 타고 가는 한국인과 자전거를 탄 나

[동남아 자전거 여행] #45 베트남 2025.02.24 - 25 비와 역풍을 뚫고 가는 길. 판랑(Phan Rang)을 지나 나쨩(Nha Trang) 도착.

빗속의 짧은 조우: 보드를 타고 가는 한국인과 자전거를 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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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4

날씨가 좋지 않다. 비, 바람이 해안가를 따라서 며칠간 내릴 모양이다. 여기서 더 지체했다간 꼼짝없이 갇힐 수도 있어서 어쨌거나 출발했다.

오늘은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는데 역풍이 너무 강했다. 아프리카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내내 역풍을 맞으면서 가는 자전거 여행자 유튜버를 한 명 알고 있는데, 가는 내내 표정이 안좋고 자전거를 탈 때마다 너무 불행해 보였는데 오늘에서야 그 기분을 정확히 알았다.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이런 날씨는 누군가에겐 끄물끄물하고 멜랑콜리한 날씨, 사색하기 좋은 날씨이겠지만 자전거 여행자에겐 재앙이 따로 없다. 그래도 겨우 겨우 Phan Rang이란 마을에 도착해서 귀청소도 받았다.(너무 아팠다.) 내가 너무 고통스러워하니까 아줌마가 자꾸 웃는다. 제발 살살 좀 부탁합니다.


2025.02.25

이튿날 강한 역풍과 함께 비 예보가 있다.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탄 적은 있는데 역풍 + 비 콤보는 처음이다. 며칠간 비가 오기로 되어있어서 오늘 출발 안하면 내일 더 많은 비를 맞을지도 모른다.

할 수만 있다면 나트랑까지 갈 수 있으면 좋을텐데 중간에 너무 힘이들거나 비가 많이 쏟아지면 못 갈 수도 있어서 중간에 있는 마을을 하나 알아놓았다. 한참을 비를 맞으면서 달리다가 중간에 보드를 들고 배낭을 메고 걸어가는 동양인을 한명 만났다. 한국사람인데 보드를 타고 베트남을 일주한다고 한다. 처음에 영어로 인사하다가 "Where are you from?" 한 마디 질문에 서로가 한국인임을 알고 기분 좋게 대화했다.

간신히 나트랑(나쨩)에 도착. 며칠 전 바다를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었는데 강한 해풍과 변화무쌍한 날씨를 겪으니 힘들고 지루하다. 거기다가 외로움까지. 자전거 여행자의 고통과 외로움을 덜어주는 것은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 하지만 현재로선 그 두 가지 요소가 나의 고통과 외로움을 달래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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