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의 원숭이에게 물통을 탈환하는 법
[동남아 자전거 여행] #33 캄보디아 2025.02.04 - 05 마침내 시엠립 도착. 앙코르와트 투어 중 만난 원숭이와의 대치.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한국어가 유창한 캄보디아 여자
2025.02.04

앙코르와트의 도시 시엠립까지 여기서 130km. 태국 남부지방을 포함해서 캄보디아, 베트남 남부지방 즉 메콩강 하류 지역은 지겹도록 평지가 이어진다. 오늘은 자전거 타는 아이들을 많이 만났는데, 아 여기는 네덜란드처럼 평지가 많아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는구나라고 생각하다가도 태국에서는 그 만큼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없던 점을 생각하면 경제력의 차이인가라고 다시 생각한다.
라오스 북부의 아이들이 태국의 개와 같이 거칠고 적극적이었다면 여기 아이들과 사람들은 차분한 편이다. 대부분은 먼저 인사하지 않고 내가 먼저 “Hi”라고 하면 뒤늦게 수줍은 듯이 Hi 하고 인사를 해준다.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1인당 GDP는 비슷한데 전체 GDP는 캄보디아가 좀 더 크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도로 사정이 라오스와 비교도 못 할 만큼 좋다. 대체적으로 잘 정비 되어있고 파손된 곳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하루에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겨우 달린 끝에 시엠립에 도착했다. 꽤나 규모가 큰 관광도시 답게 곳곳에 예쁜 호텔도 보이고 활기가 느껴진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은 적이 있어서 붉은 색의 지붕을 가진 건물들이 많은데 이 덕분에 도시가 꽤나 아기자기하고 예뻐보인다. 130km를 달리고 녹초가 된 상태로 예약해 둔 호스텔에 들어가 쉬다가 바깥 나이트 마켓에서 밥을 먹었다.







프랑스 식민지의 유산 때문에 유럽식 빨간지붕을 흔히 볼 수 있다.
2025.02.05
오늘은 앙코르와트 투어를 하기로 했다. 여기서 총 투어 경로는 약 37km 정도 되고 하루권 비용은 37$. 역시나 비싸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 유적의 대표 사원이고 그 주위로 크메르 제국의 유적들이 무수히 많다. 투어 가이드도 없이 혼자 다니다보니 그게 그거 같고 보다보니 단조로운 느낌조차 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유적이나 건축보다는 자연에서 더 크게 감명을 느끼는 타입인가보다.






여기는 희한하게 야생 원숭이들이 많았다. 한번은 자전거를 세워두고 유적을 구경하고 있는데 어떤 외국인이 나에게 “Take care of your bicycle!”이라고 경고를 한다. 뭔가 싶어 재빨리 뛰어가보니 호기심 많은 원숭이들이 내 자전거가 궁금한지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고 하고 있다. 그러다가 한 녀석이 갑자기 자전거에 있는 내 물통을 낚아챘다. 한참을 실랑이 한 끝에 물통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저녁에는 혼자서 한식을 먹으러 분식집에 갔는데 우연히 한국말이 유창한(토픽 4급) 내 또래 여자를 만났다. 한국어, 영어, 크메르어, 태국어, 중국어까지 총 5개 국어를 구사하는데 전부 수준급이다.(영어도 일하는데 문제가 없을만큼 잘하고 특유의 동남아 엑센트도 없다. 그리고 대학교를 태국에서 나왔다.) K-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 드라마, 예능, 영화 전부 다 본다는데 요즘 유행하는 시리즈 뿐만이 아니라 2000년대 후반부터의 한국 문화 콘텐츠를 싸그리 다 알고 있다는게 놀랍다. 이문세, 조용필, 김광석까지 알고 있으니 말 다했다.
이 친구 덕분에 크메르어 발음도 익히고 캄보디아 문화도 많이 배웠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 1등 베트남, 2등 중국 같은 것들. 생긴 것도 전형적인 캄보디아인이라기 보다는 중국인에 가깝게 생겼는데, 현재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 정도의 사람이라면 이민을 받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안그래도 동국대에 유학을 가려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대졸자에 4개국어가능한 사람이 국적이 캄보디아인이라는 이유로 한달에 50만원이 안되는 월급을 받는다.(물어보진 않았지만 사실 30만원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이 친구 덕분에 숙소도 편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