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시간을 날아서, 방콕으로 가자.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25 2024.12.10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자전거를 포장해서 태국 방콕으로 가다.
2024.12.10
오늘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 시간은 18시 20분, 시드니 도착 후 그 다음날 아침 8시 20분에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도착 예정 시간은 11일 오후 14시 15분이다. 뉴질랜드와 방콕의 시차는 6시간이기 때문에 총 소요시간은 25시간 55분.
자전거를 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최소 3시간 전에 체크인을 마치는게 마음이 편하다. 혼자서 자전거 박스 포장을 처음 해보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침 9시에 캠핑장을 나섰다. warehouse에 들러 뽁뽁이와 테이프를 산 후 공항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정도 됐다.
공항에 오자마자 열이 받는다. 공항 곳곳에 자전거 포장, 분해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있고 그 곳에는 페달을 푸는 렌치를 포함한 온갖 필요한 툴들이 있다. 어제 괜히 페달푸는 렌치를 괜히 25,000원이나 주고 샀다. 어제는 왜 이 장소를 못 봤을까.
에어뉴질랜드에서 박스를 구매한 후(박스 무게가 3kg는 족히 나가는 듯 하다.) 한쪽 구석으로가서 자전거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뒷바퀴는 제거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박스의 길이가 짧아서 뒷바퀴까지 분해한 후 뽁뽁이 떡칠을 했다.
자전거를 넣고 남는 공간에 짐을 전부 넣고, 무게를 재보니 28-29키로 왔다갔다 한다. 3kg을 빼야지 추가비용을 내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아주 작은 접이식 백팩이 있는데 여기에 각종 전자기기들과 보조배터리를 넣고 나니 다른 것을 넣을 자리가 없다. 그래서 자전거 패니어 하나에 침낭과 텐트를 넣고 그것을 들고 타기로 마음 먹었다. chat gpt에게 물어보니 텐트 펙은 무기로 분류될 수 있으니 수하물로 부치라고 하길래 그렇게 했다.
혹시 만약에 carry-on 가방은 한개만 허용된다고 항공사 직원이 말을 한다면 백팩과 들고다니는 패니어를 테이프로 칭칭 감아 묵고는 하나의 가방이라고 우길 생각이다. 입고 있는 경량 패딩의 주머니 곳곳에도 짐을 넣었다.
제대로 짐이 들어갔을까, 수하물로 부칠 짐과 내가 들고 탈 짐들이 잘 구분이 되었을까를 몇번이나 확인한 후(박스를 테이프로 칭칭 감아버리면 다시 빼는게 정말 힘들다.) 텐트를 되는대로 칭칭 감았다.
다 끝나고 나니 오후 1시 정도. 체크인 시간까지 아직 3시간도 더 남았다. 벤치에 누워 한참을 쉬다가 시간이 되어 체크인을 하러갔다. 다행히 무사히 탑승 완료.



시드니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입국 심사관이 박스에 뚫린 구멍으로 자전거를 유심히 살펴보는데(흙을 제거한 깔끔한 상태여야 한다고 한다.) 그냥 환승하러 시드니 온거라고 하니 별말 없이 패스시켜줬다.
공항 한쪽 구석에 좋은 자리에 자리잡고는 아침 5시 알람을 맞추고는 휴식을 취한다. 잠들랑 말랑하던 차에 공항 직원이 와서는 공항 문을 닫는다고 나가라네? 12시 쯤 밖으로 쫒겨났다. 공항 주차장에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 바로 앞이 조용하고 한적하길래 그냥 텐트를 쳐버렸다. 나가라고 하면 나가면 되지 뭐.
새벽 3시 쯤 누가 깨운다. 청소 직원인 듯 한데 이제 여기 사람이 많이 지나다닌다고 나가라고 한다. 다행히 공항 문은 다시 열었다고 하니 다시 그 곳에서 자리를 잡고 두 시간 휴식.


공항 텐트 노숙자
무사히 체크인 완료.
트립닷컴에서 확인해보니 10시간을 가야하는데 기내식이 무료로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비행기 경험이 별로 없어서 기내식을 미리 주문하거나 그런걸 해본 적이 없다. 비행기 안에서 결제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끼는 주겠지라는 기대를 함과 동시에, 만약 정말로 한끼도 주지 않는다면 어떡하냐는 생각이 들면서 공항에서 아침을 사먹었다. 시드니 물가는 역시나 비싸다.
결국 비행기를 타는 10시간 동안 음식을 먹지 못했다.
뉴질랜드 인터시티 버스를 탈 때, 비행기를 탈 때 느낀 점은 captain들의 목소리와 발음이 전부 멋들어지고 경쾌하다. 특유의 뉴질랜드 발음으로 일정을 얘기해주고 현재 상황을 죽 설명해주는데 목소리와 억양에서 이 사람들의 매력이 한껏 묻어난다. 특히 퀸스타운에서 크라이스트 처치로 갈 때 기사님의 "Lake Tekapo"발음은 아직도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귀에 생생하다.

가는 길에 만난 흑인친구. 서구권 사람들은 서로를 friend, mate, buddy 등으로 부르는데 나는 이게 왜 이렇게 듣기 좋을까.
